매일신문

학대받는 노인,가해자는 아들·딸…대구 작년 이틀에 한 건꼴 신고

☏ 1577-1389 도움 요청하길

A(80'여) 씨는 지난 30년간 자식과 손자의 학대에 시달려 왔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무직인 아들(50)과 손자(30)가 줄기차게 돈을 요구했고 재산이 사라진 뒤에는 신체적 학대가 반복된 탓이다. 딸에게서 받은 용돈까지 아들과 손자에게 빼앗겨왔던 A씨는 최근 학대 상담을 받았지만 모정에 이끌려 형사고소을 포기했다.

자식에게 학대받는 노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구시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보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자식들에게 학대를 당해 전문보호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노인은 167명으로 나타났다. 대구에서만 이틀에 한 건꼴로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노인학대 신고는 지난 2010년 152건에서 2012년 160건 등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학대 행위자의 대부분은 아들과 딸 등 자식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기관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학대 행위자 176명(중복) 가운데 자식은 105명(아들 85명, 딸 20명)이었다. 뒤를 이어 배우자가 34명, 사위와 며느리가 13명으로 나타났다.

전문기관들은 노인학대 강도가 예전보다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호익 대구시노인보호전문기관 실장은 "예전에는 학대라고 하면 밀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피해자의 코뼈가 내려앉거나 학대 과정에서 흉기가 등장하는 사례도 적잖다. 학대행위자가 알코올 중독자나 정신질환자가 많아지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노인학대에 시달리고 있다면 보호기관(1577-1389)에 알려야 한다"며 "보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면 신속한 상담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인학대는 다른 가정폭력에 비해 처벌이 쉽지 않다. 피해자가 상담은 하더라도 학대행위자가 아들 또는 딸이라 법적 처벌을 원치 않기 때문에 고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에 시달리는 노인의 경우 가해자 대부분이 친족인 탓에 신고 자체를 하지 않거나 신고 후에도 처벌을 원치 않는 사례가 많다"며 "처벌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몇 달 안에 학대가 재차 벌어지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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