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돕기는 커녕 민생 해치는 여야

100여 개 민생법안 처리 못해…여, 전략부재 당·청 조율 실패-야, 노조에 휘둘려

여야가 고질적인 정쟁에 휩싸여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 처리에 실패한 데 대해 '민의는 없는 민의의 전당'을 넘어 오히려 '민생을 해치는 정당'이라는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은 바로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여야 모두 민의보다는 당리당략에 휘둘렸고, 협상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100여 건의 민생법안을 사장시켜 민생외면 국회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민의는 없는 '민의의 전당'…또다시 국민 외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데는 여권의 전략부재와 당'청간 조율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공무원연금 합의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 "국민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에 먼저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럴 수 있냐"면서 당'청 갈등이 표면화됐다. 결국 서청원 최고위원을 포함한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여당 지도부의 합의안 추인을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연금 개혁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면서 명분을 안고 출발했지만, 기한(5월 6일)을 정해 놓는 바람에 스스로 협상의 입지를 좁혔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요 지지 세력인 공무원 노조에 휘둘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하자 공무원 노조를 포함한 전통적 지지층을 더욱 의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강화 방안은 공무원연금 개혁 저지를 위한 '방패막이'라는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공무원 노조와 뜻을 같이했다.

◆선거 때 민생 외치더니…100여 개 법안 날려버린 국회

여야 모두 이번 국회 회기를 시작하면서 경제활성화와 민생문제 해결 등 '경제우선'을 외쳤던 약속은 결국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국회는 당초 6일 본회의에서 경제살리기 법안을 비롯해 100여 건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특히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지난 3월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9개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까지 했다.

본회의 상정 예정 법안 중에는 담뱃갑의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영세 자영업자의 숙원과제로서 상가 권리금 보호를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이 상당수였지만 처리가 무산됐다.

또 이번 4월 국회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학교 앞 호텔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 9건 가운데 6건은 소관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무용론' 자초한 국회…19대 제출법안 3건 중 2건 '낮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이후 1만4천 건이 넘는 법안이 접수됐지만 이 가운데 3분의 2가 미처리 상태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에 4년간 접수된 전체 법안수 1만3천913건을 넘어선 것으로, 헌정 사상 최고치다. 하루 평균 12.4건이 접수된 셈이어서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19대 국회의 접수 법안은 2만 건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는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법을 비롯한 9천606건이 미처리 계류 상태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19대 국회 들어 법안 처리가 저조한 것은 여야가 각종 정치 현안을 두고 대치하면서 본회의는 물론 상임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약속했던 '일하는 국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역대국회에서 접수된 법안의 가결비율은 14대 국회에선 72.7%였으나 15대 국회 57.4%, 16대 국회 37.8%, 17대 국회 25.5%, 18대 국회 16.9% 등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최두성 기자 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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