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에 꿴 작은 솜털이 한순간에 천을 뚫고 튀어나오는 전율을 느껴보셨나요?"
지난해 경주 봉황대광장에 '혼(魂)자수 미술관'을 건립한 이용주 작가의 작품은 세계적인 저명인사들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팝가수 셀린 디온, 나나 무스쿠리, 중국 가요화증권 팡펑레이 회장, 일본 노무라증권사 고가 노부유키 회장,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리처드 로저스, 알제리 부테폴리카 대통령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 작가는 미술관의 이름을 '혼(魂)자수'라고 붙였다. 혼을 담아 세상의 아름다움을 비단천에 수를 놓는다는 뜻이다.
"자수는 인류가 풀과 가죽을 꿰매 입을 때부터 존재한 세계 공통 문화입니다. 아프리카는 물론 세계 곳곳에 자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수에는 다른 민족의 자수와 다른 점이 존재합니다."
이 작가는 "혼자수는 본을 선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닌 색까지 완벽하게 그리는 전통의 자수법"이라며 "특히 우리 민족의 섬세한 손기술이 있기 때문에 털끝이 서고 등골에 서늘한 감동이 느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 '불국사'는 한쪽에는 석양을 표현하고, 다른 쪽에는 밝은 아침을 묘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작품 '첨성대'는 한쪽 면은 눈이 오지 않지만 다른 쪽 면에는 눈이 쏟아져 내리는 광경을 표현한다. 입체감이 있는 덕분에 초상화는 안색이 변하고 보는 방향에 따라 머릿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모든 작품에는 생동감이 살아난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혼을 담은 수를 놓기에 가능한 표현이다.
이 작가가 자수를 처음 만난 것은 고교 시절이었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던 그에게 자수 작업의 밑배경을 그려달라는 부탁이 왔다. 그는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을 색까지 정확하게 비단에 그린 다음, 그 위에다 색실로 수를 놓는 우리나라 전통 '가색자수'로 작품을 완성시켰다.
한동안 자수를 잊고 살던 그는 '한 분야에서 일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자수'를 다시 떠올렸다. 1995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방을 차린 이 작가는 자신만의 자수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이 작가는 질감을 살리기 위해 비단실을 느슨하게 혹은 두껍게 꼬는 등 실의 사용법에 변화를 주고,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실을 여러 번 겹쳐 엮는 등 자신만의 비법을 완성했다. 그 결과 지난 2002년 '사실감이 풍부한 손자수 방법'으로 실용신안등록을 했고 2004년에는 특허까지 받았다.
이 작가는 조만간 세계 명화를 원작 크기로 제작, 전시회를 할 예정이다. 그는 "세계 25개국에 산재한 세계 명화 400여 점 중 100여 점을 원작 크기로 자수를 완성해 원작 이상의 감동을 주겠다"고 말했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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