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네 음식점 노리는 블랙컨슈머 늘었다

"식중독·이물질 발견" 협박…업주 영업정지 우려 합의금, 15차례 돈 뜯어

"그냥 합의를 봐야죠, 구청에서 행정조치라도 하면 피해는 업주만 입는데요."

대구서부경찰서는 11일 상습적으로 영세 제과점을 찾아다니며 빵에 이물질이 있다며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A(37)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의 수법은 단순했다. 대구와 광주 시내 영세 제과점에서 빵을 산 뒤 "딸이 카스텔라를 먹다 계란 껍데기에 잇몸이 찢어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니 병원비를 달라"고 요구하는 수법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여 간 확인된 범행만 모두 15차례. 업주들은 A씨 협박에 적게는 5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합의금을 건네야 했다. A씨 범행이 끝난 것은 피해를 입은 일부 제과업주들이 제과협회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협회 측은 수법이 동일한 A씨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이날 A씨를 붙잡았다.

먹거리를 취급하는 영세업주들이 A씨와 같은 '블랙컨슈머'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뒤 요구하는 금액이 많지 않은데다 이들이 구청에 신고를 하면 자칫 '영업정지'나 '벌금' 등의 행정조치를 당할 우려가 있는 탓이다.

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도 최근 "음식을 먹고 나서 식중독에 걸렸다"며 보상금 50만원을 요구하는 손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B씨는 "병원에서 식중독 진단을 받으면 배상하겠다고 했더니 구청 위생과에 연락해 우리 가게를 망하게 하겠다는 협박을 했다"며 "어쩔 수 없이 보험회사를 통해 27만원을 배상했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관계자는 "영세업자들은 구청에서 점검을 나오거나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면 피해를 입게 돼 몇십만원을 합의금 명목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음식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업주가 많지만 보험처리 소문이 두려워 합의금을 주는 사례도 적잖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블랙컨슈머는 한 곳에서 통하면 다른 곳에서도 같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피해가 의심되면 경찰에 진정서를 내고 소상공인협회 등에 이런 사실을 알려 2차 피해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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