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도 경상북도의 신청사 개청이 임박한 경북 북부 신도청권은 1천여 년 전 고려 개국 당시 안동대도호부(安東大都護府)로서 영남의 중심이었다. 이곳은 올해 그때의 찬란한 역사를 다시 쓰게 된다.
특히 신도청권은 도청 소재지임은 물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 바로 곁에 자리하게 됐다.
이곳에 도청이 들어오게 되면서 '우리 문화 세계화'와 '경북 르네상스 시대'를 동시에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마련됐다.
이곳은 원석에 가까운 수많은 유'무형의 전통문화 유산이 훼손되지 않은 채 옛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문화 전문가(Culture director)들은 이제 경북 문화산업의 성패는 경북도가 이 원석을 어떻게 자르고 가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빼어난 우리 문화, 유서 깊은 하회마을
"웅도 경북의 신청사 개청은 그동안 이곳의 이름이었던 '경북북부지역'이 역사의 뒤안길에 들어서고 대신 '신도청권'이라는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의미하지요."
하회별신굿탈놀이 인간문화재인 이상호(70'백정탈) 예능보유자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1천여 년 전 후삼국시대 말기 안동 고창전투를 자주 이야기한다.
1천여 년 전 후삼국시대의 역사를 마무리 지은 고창전투는 이렇다.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 후백제 견훤에게 대패한 왕건은 안동으로 쫓겨 온다. 신라를 멸망시킨 직후였기에 견훤의 군대는 파죽지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안동지방 호족이었던 김선평, 권행, 장길은 의(義)를 앞세우고 패퇴 중인 왕건을 돕기로 결심한다. 왕건과 안동 호족의 연합군에 의해 견훤은 고창전투에서 대패하고 멸망의 길로 접어든 반면, 왕건은 고창전투의 승리를 기반으로 도읍을 이전하고 고려개국의 토대를 잡는다.
왕건은 이 공로로 세 사람에게 태사(太師)라는 칭호를 내렸다. 이들이 안동 도시 탄생의 주역인 삼태사(三太師)다. 당시 고창군을 안동부로, 다시 안동대도호부로 승격시킨 뒤, 이 지역에다 경상좌도를 관장하는 영남의 중심부 역할을 부여했다. 안동차전놀이(동채싸움)는 당시 고창전투의 전승을 기념하는 민속놀이다.
이처럼 웅도 경북의 신청사 개청은 1천여 년 전 찬란했던 역사가 다시 시작되는 것을 의미해 신도청권 주민들에겐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고창전투가 벌어진 곳이 바로 하회마을 병산서원 앞이라고 설명한 하회별신굿 부네탈 손상락(56) 학예사는 "고려시대와 함께 시작된 유서 깊은 하회마을처럼 문화유산의 예술적 가치가 이토록 뛰어나고, 다양성과 독창성이 잘 조화된 우리 고유의 유무형 문화재가 고스란히 전승된 곳은 국내 어디에도 없다"고 극찬했다.
그는 "일본 교토(京都), 시라카와고(白川鄕), 중국 리쟝고성(麗江古城)의 연간 관광수입이 조(兆) 단위지만 실제로 같은 세계유산으로서 순수 문화재적 가치를 따져 보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하회마을이 월등하게 우월하다"고 강조했다.
목조 고가옥으로 치면 시라카와고의 갓쇼즈쿠리(合掌造) 갈대 초가와 비교할 때 조형미에서 하회 고택이 훨씬 앞서며, 천편일률적인 리쟝고성의 나시(納西)족 기와집과 비교해도 다양성에 있어서 빼어나다는 것.
특히 누에를 치는 양잠업 전용 갓쇼즈쿠리 초가와 녹차 농업, 차(茶)무역 상가로 지어진 나시족 고가옥은 양반과 선비 등 지배계층 기와집과 상민 등 서민들의 초가가 한데 어우러진 하회마을과는 비교할 바 못 된다는 것이 향토 민속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다만 주변지역의 관광 기반시설 조성과 도시 이미지로 확대한 문화유산의 규모화 등 후천적인 관광 개발과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일본 시라카와고와 중국 리쟝고성에 미치지 못했을 따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유산 하회마을은 다이아몬드 원석
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이 지역 주민들은 여러 차례 정치권의 국가공단 조성이라는 빌 공(空) 자 공약에 속아 온 터라 더욱 그렇다. 낙동강 최상류계여서 공단 조성으로 중'하류계 수질오염이 우려되는 만큼 우리 문화 세계화로 무공해 문화관광산업을 하자는 얘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20년째인 일본 시라카와고는 중심부 손바닥만 한(0.2㎢) 오기마치 마을 주변에 모두 6개의 스키 리조트로 관광성을 쌓았다. 세계유산 15년째인 중국 리쟝고성도 고성 내 나시족 목조 고가옥을 모방한 전통 휴양시설을 리쟝시 전역으로 확대, 초저가 임대료로 세계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천문학적 관광수익을 올리는 배경에는 관광객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 주는' 인위적인 관광 인프라 구축이 있었음은 불문가지다.
"하회마을은 제대로 개발한 적이 없어 아직도 원석 그 자체입니다. 잘만 갈고 닦으면 찬란한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가 될 것입니다." 손상락 학예사의 하회마을 자랑은 끝도 없다.
그는 먼저 1999년 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하회마을에 왜 왔겠느냐고 반문한다. 하회마을에는 교토와 리쟝에 없는 것이 많다는 얘기다. 왕건의 고려 개국 이래 800년 역사의 세계적 걸작 예술품인 국보 121호 하회탈에다, 만인평등 태극사상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중요무형문화재 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있다.
또 라인강 로렐라이 언덕의 전설보다 더 애틋한 낙동강 부용대 언덕의 각시탈 전설과 마을 내 인본주의(人本主義)의 활만인(活萬人) 전설도 스토리텔링 관광자원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고 한다. 특히 임진왜란을 슬기롭게 극복한 서애 류성룡을 중심으로 병자호란 때 조선 선비의 대쪽 같은 정신을 대륙에 떨친 청음 김상헌, 치열한 독립운동을 벌인 항일순국지사 권오설 선생 등 하회마을 자체가 우리 역사의 중심이었던 태극권역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신도청권 역사의 보배다.
"시라카와고(白川鄕), 리쟝고성(麗江古城), 그리고 하회마을(河回村)을 두고 보면 3국의 세계유산 지명에는 천(川), 강(江), 하(河) 등 물(水)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물을 이용한 친수공간 조성도 좋은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올해로 다섯 살배기 세계유산 하회마을에 애정 어린 눈빛이 가득한 하회별신굿 인간문화재 할미탈 김춘택(65) 예능보유자는 시라카와고와 리쟝고성처럼 하회마을에도 선유줄불놀이가 전승되고 있기에 마을 주변을 휘돌아 흐르는 풍부한 낙동강물을 이용해 뱃놀이 개발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한 아이디어라고 제안한다.
◆천년 전 역사가 다시 시작되다
"세계 역사도시이기도 한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서, 앞으로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보고가 될 것입니다."
하회탈 세계화의 전초기지 국제탈춤페스티벌과 함께 유네스코 NGO 단체인 세계탈문화예술연맹(IMACO)을 이끌고 있는 권영세 안동시장은 하회마을에 이어 '하회탈춤'(한국의 탈춤)과 '도산'병산서원'(한국의 서원), '봉정사'(한국의 전통산사), 그리고 '유교목판'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보존하고 있는 목판은 올해 세계기록유산으로 결정 나며, 내년엔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예정이다. 계획된 문화유산이 모두 등재될 경우, 하회마을 신도청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유산 모두를 소유한 곳이 돼 명실공히 우리 전통문화 세계화의 중심지가 된다.
"도청 신도시가 하회마을의 이미지를 확산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도시 이미지를 창출해 간다면 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전통도시로서의 면모를 일신, 신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보다 선명하게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손상락 학예사는 자그마한 리쟝고성의 나시족 목조 고가옥의 이미지를 이용해 황량한 중국 서부지역 고산지대를 세계인들의 휴양도시로 가꿔 낸 중국 윈난성의 문화산업 성공 사례는 웅도 경북이 하회마을 곁으로 이전하는 이 시점에 있어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일본의 전통도시 교토도 2020년을 목표로 연간 관광수입 10조원을 목표로 달음질치고 있는 사실을 볼 때 우리의 문화유산을 이대로 보존만 하고 그저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 문화 세계화가 늦었다는 자체는 단점이 아닙니다. 앞서 나간 일본, 중국보다 관광 기반시설을 더욱 보완할 수 있기에 오히려 늦게 시작하는 것은 경쟁력이 됩니다."
손 학예사의 말에 하회별신굿 중탈 김종흥(60) 씨와 이매탈 김오중(57) 씨도 거들고 나선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개발에 나서 고즈넉한 하회마을 전통 고택 분위기를 도청 신도시와 안동시내로 확대하고 한옥과 한식, 한복 그리고 국악 등 한국의 멋과 맛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탈문화타운 조성도 신도시 경쟁력을 한층 더 높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천년 후 오늘날에 있어서도 고려 태조 왕건의 역할이 있고, 공교롭게도 삼태사의 직계 후손들이 현재 지역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가 돼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인간문화재 이상호'김춘택'임형규 씨를 비롯해 하회별신굿탈놀이 보존회원들이 요즘 자리에 앉기만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천년 전 이 지역을 영남의 중심으로 부흥시킨 고려 태조 왕건은 바로 도청 이전을 추진해 온 오늘날 김관용 경북도지사다. 삼태사는 안동 김(安東 金)'안동 권(安東 權)'안동 장(安東 張) 씨의 시조가 된 김선평과 권행, 장길인데 오늘날에 대입하면 김광림 국회의원과 권영세 안동시장, 장대진 경북도의회의장이 바로 그들이다."
경북 문예 부흥에 대한 오랜 갈망이 쌓이고 쌓인 하회마을 사람들이 신도청 시대가 열리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전설을 탄생시키고자 하는, 기막힌 스토리텔링이 아닐 수 없다.
신도청권 전략기획팀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심용훈 객원기자 goodi6849@naver.com
사진작가 강병두 plmnb12@hanmail.net 차종학 cym47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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