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한 변신 경북의 쌀] ①명품 거듭나는 상주 '아자개' 쌀

경북서 가장 비싼 몸값에도 대박 "수입 쌀 겨뤄보자"

안성환 아자개영농조합법인 대표가 8일 자체 육묘장에 들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고도현 기자
안성환 아자개영농조합법인 대표가 8일 자체 육묘장에 들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고도현 기자
아자개 법인의 한 직원이 아자개 쌀의 마지막 공정인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아자개 법인의 한 직원이 아자개 쌀의 마지막 공정인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쌀이 주식이었던 우리에게 논농사는 경제 논리 그 이상의 의미를 줬다. 벼농사에 식량 안보라는 절박한 수식어가 붙고, 쌀만은 농산물시장 개방에서 예외로 삼아온 동력이기도 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래 20년 동안 관세화 유예 조처를 받았던 쌀 시장이 이제는 개방이라는 시대적 대세와 마주하게 됐다. 농도 경상북도가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경북 쌀의 무한 변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기로 했다. 생산과정을 친환경 등으로 명품화하고, 쌀 가공업체를 대대적으로 키우는 등 쌀시장 개방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이다. 매일신문은 무한 변신 중인 경북 쌀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고품질로 생산되는 경북 대표 아자개 쌀

상주 사벌면에서만 생산되는 '아자개' 쌀. 경북에서 가장 밥맛 있는 고품질 브랜드 쌀로 유명하다.

아자개 쌀은 상주시 쌀 공동브랜드는 아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을농민들이 법인을 설립해 생산'가공'유통'판매까지 맡고 있는 마을 브랜드다. 연간 약 6천500t을 생산해 무려 1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고급 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상주 사벌면 덕담리 아자개 영농조합법인(대표 안성환)만이 생산하며, 이 법인은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들녘별 경영체'다. 품종 선택에서 이앙, 육묘, 비료 살포, 병충해 방제, 수확, 미곡 도정,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회원들이 스스로 소화해내고 있다.

국내 최초 떡 프랜차이즈 기업인 '떡보의 하루'는 아자개 쌀과 아자개 찹쌀만 떡 재료로 사용한다. 떡보의 하루가 사용하는 아자개 쌀은 연간 800t이 넘는다. 밥맛이 좋은 쌀이 떡 맛도 좋다고 하는데 아자개 쌀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고품질 쌀 생산평가에서 아자개 쌀은 두 번이나 대통령상을 받았다. 아자개 쌀의 밥맛 비결은 무엇일까? 사벌논이 점질토이고, 햇볕을 고르게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평야에서 자란다.

여기에 20년 이상 일품벼 품종을 지어온 회원들의 경험치가 큰 역할을 한다. 우량 미질을 보존하기 위해 지은 저온저장고도 밥맛을 좋게 해주는 요인이다.

안성환 아자개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법인을 설립할 당시 쌀시장 개방에 대한 위기감이 농민들 사이에 팽배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뭉칠 수밖에 없었고 생산성과 높은 품질로 차별화하는데 집중했다"며 "규모화된 논에 육묘와 농기계 사용, 방제가 함께 이뤄지면서 생산성이 높아졌다. 회원들 모두 자부심을 갖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가에 팔리는 아자개 쌀

아자개 법인은 2002년 친환경작목반에서 시작, 2006년 3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2006년 첫해엔 10명이 1천만원씩 출자해 밑거름 자본 1억원을 마련했다. 10년째인 올해 현재 조합원은 모두 160명으로 출자금도 10억원으로 늘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일품벼 육묘를 소속 농가의 논 600ha에 전부 보급하고 있으며, 시간당 3t을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 중이다.

맛이 뛰어난 고품질 브랜드인 만큼 상주에서 가장 비싸게 판매되는 쌀보다 10% 정도 값을 더 받는다. 경북에서 가장 비싼 가격인데도 판매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자개 쌀은 초창기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전국의 대형마트 21개 지점에 납품을 했다. 회원들이 처음 대형마트에 입점할 때는 대박이 터졌다며 잔치도 열었다고 한다. 대형마트에 입점하면 가장 안정적인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거래를 시작해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이익이 남지 않았던 것이다. 대형마트의 갖가지 행사비용까지 부담시키는 등 대형마트는 농민들을 배려하지 않았다.

많이 팔리긴 했지만 1년에 10번 넘는 행사 참여 강요를 겪다 보니 정산해보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적자일 때가 더 많았다며 농업인들은 불평을 쏟아냈다.

안성환 대표는 "우리 쌀의 고품질화를 위해서는 품질경쟁이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 대형마트에 의존하는 유통구조로는 가격 경쟁에만 치중되기 십상"이라며 "결국 농민들끼리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으로 흘렀다"고 했다.

결국 안 회장은 아자개 쌀의 대형마트 납품을 모조리 끊었다. 이후 기현상이 일어났다. 대형마트에서 아자개 쌀이 사라져 구입에 어려움을 겪은 소비자들이 개인 주문을 하겠다며 직거래 회원으로 5천여 명이 가입한 것이다. 직거래 회원에다 틈새시장인 중소마트에까지 공급하면서 매출이 더 늘었다고 회원들은 자랑했다.

안 대표는 "품질로 승부한 아자개 쌀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쌓여 가능한 일이었다. 회원들은 수입쌀이 들어와도 고품질 쌀로 경쟁력을 갖추면 별문제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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