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에지 살린 새 프로 시청자 공략

'일밤-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에지'를 살린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해 방송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나는 가수다' 등 '철 지난 히트작'을 우려먹으며 지지부진했던 MBC 예능국의 신작이라 특히 눈길을 끈다. 그동안 참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세운 비지상파 예능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던 MBC가 절치부심 끝에 마인드를 바꾼 듯하다. 지상파에서 보기 드물었던 수준의 장난기와 파격성까지 가미해 안방극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이다.

◆'복면가왕', '나가수'에 웃음'미스터리 코드 가미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승리다. MBC의 자사 히트 콘텐츠 '나는 가수다'가 내세웠던 가창력 대결이란 콘셉트에 '복면을 쓰고 노래한다'라는 '비법 소스'를 더해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모창 능력자들과 '원조가수'의 대결을 보여준 JTBC '히든싱어' 이후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평가할 만한 음악 버라이어티다.

제목 그대로 '복면가왕'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출연자들이 노래대결로 승자를 가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예능이다. 정체를 밝히지 않은 출연자들이 온전히 목소리만 가지고 관객과 심사위원들을, 또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 파일럿 형식으로 방송돼 1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4월에 들어서면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으며 이후로도 평균 8~9%대의 시청률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는 다양한 각도에서 발견된다. 먼저, 무대에 오른 출연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노래를 감상한다는 측면에서 음악 버라이어티 고유의 특성인 '오디오적 재미'에 충실하고 있다. 출연자 간에 경쟁을 붙여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여기에 다양한 복면을 쓰고 노래하는 출연자들을 배치해 '시각적 즐거움'을 추가한다. 유머러스한 닉네임에 변조된 목소리로 웃음까지 선사한다. 그리고, 연예인 패널까지 동원해 복면을 쓴 출연자의 정체를 유추해보게 만듦으로써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듣고, 보고, 웃고, 또 추리까지 하게 만드는 지능형 예능이다. 복면을 쓴 채 정색하고 노래한다는 점에서 자칫 코미디로 전락할 수도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여기에 전문성과 진지함을 가미해 여러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획은 유효했다. 방송 후 화제성이 높은 출연자의 정체에 대한 각종 추리가 온라인 곳곳에 올라온다. 각종 증거자료까지 제시하며 '그 출연자는 누구다'라고 단정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반영된 결과다.

출연자들은 인기 아이돌 스타부터 잊힌 가수, 또는 가수가 본업이 아닌 이들까지 그 폭이 꽤 넓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노래로 승부를 걸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가수에게 '복면가왕'은 썩 괜찮은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무대에 오를 때보다 복면을 쓴 상태에서 노래 자체에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실력'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스꽝스럽게 복면을 쓰고 음성까지 변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노래에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본인만 잘해준다면 화제의 중심에 올라 존재감을 과시할 수도 있는 무대다. 장혜진과 권인하'박학기 등 베테랑 가수들과 배우 현우'김지우, 심지어 체조선수 출신 신지수 등 주목도 높은 스타들을 복면을 씌운 채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장점 때문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로

인터넷 1인 방송의 콘셉트를 지상파의 영역 안으로 끌고 들어온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펼쳐지는 1인 방송처럼 각 출연자가 개인 공간에 설치된 카메라 앞에서 자신만의 방송을 진행하고 네티즌의 호응도를 평가해 탈락자와 우승자를 선정한다. 준비된 대본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출연자 본인의 아이디어와 퍼포먼스가 적극 반영된다. 출연자들이 각각 준비한 아이템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네티즌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으로 방송하고, 제작진은 이 모든 상황을 아우르며 경쟁까지 부추겨 재미를 더한다. '복면가왕'과 함께 설 연휴 기간에 파일럿 형식으로 전파를 탔다. '복면가왕'처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과 함께 화제성을 인정받아 정규 편성됐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상파에서 건드리기 쉽지 않은 파격적인 기획이기 때문이다. 심의 등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문제점도 많은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에 걸맞은 형식으로 다듬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오디션에 이어 엇비슷한 육아예능과 별다를 바 없는 리얼예능을 내놓고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하던 지상파에서 이런 참신한 시도를 했다는 자체만으로 그 용기를 높이 살 만하다.

단, 전문성보다 자극적인 설정이나 외모를 내세우고 심지어 노출까지 감행하며 네티즌의 시선을 잡아끄는 게 인터넷 방송의 특성 중 하나라 이 포맷을 그대로 지상파 스타일로 풀어낸다는 게 쉽지는 않다. 실제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각 출연자가 진행하는 코너 간에도 재미와 질적인 수준이 크게 차이 난다. 그렇다고 제작진이 나서 출연자의 1인 방송이 부각되도록 도움을 준다면 인터넷방송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사라질 게 뻔하다. 출연자 개인이 진행하는 방송의 재미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도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제작진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방송 시작 후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출연자는 연기자 소유진의 남편이자 요식업계의 스타 요리사 겸 경영인으로 유명한 백종원이다. 자신의 주특기인 요리를 내세워 각종 먹거리를 만들어내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를 공개하고, '칼로리 폭탄 샌드위치' 등 재치있는 아이템을 흥미롭게 소개해 매회 방송 후 화제가 됐다. 전문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어색함, 그런데도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유연함을 과시하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매회 방송이 끝난 후 온라인 블로그와 커뮤니티 및 SNS 등에 백종원이 선보인 요리의 레시피가 올라와 그 인기를 실감하게 만들고 있다.

고난도 요가동작과 함께 운동법을 알려주고 있는 예정화의 방송 역시 만만치 않은 호응을 얻고 있다. 늘씬한 몸매가 드러난 타이트한 운동복 차림에 유연한 몸으로 다양한 동작을 시연해 시선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반면, 전문 방송인 및 직업 연예인들이 선보이는 인터넷 개인방송은 비전문 방송인 백종원과 예정화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 방송 외 타 직업군에서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오히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기존 예능과 다른 지점에 맞닿아있다는 말과도 같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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