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한국문화, 알수록 아름답다

1958년 스코틀랜드생. 에든버러대학 법학 전공. 경북대 국제교류센터
1958년 스코틀랜드생. 에든버러대학 법학 전공. 경북대 국제교류센터

역사상 한때, 한국은 세계의 다른 나라로부터 고립된 은둔의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인천 국제공항은 전 세계 각국으로 오가는 한국인과 외국인들로 붐비는 세계의 중추적 허브이다. 또한 전 세계 주요 대도시 관문 곳곳에서 삼성, LG, 현대 같은 다국적기업의 BI(브랜드이미지)광고와 제품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모든 곳에서 뚜렷하다.

경북대학교에서는 세계의 유수 대학과 결연을 통해 파트너십을 개발하고, 매 학기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을 더욱더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세계대륙으로 내보내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고국을 떠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그냥 관광을 위해, 또는 다른 나라의 관습을 익히기 위해 떠나는 것일까?

내 견해로 해외여행은 자기 자신과 정체성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좋은 기회이다. 내가 스코틀랜드에서 한국으로 처음 왔을 때 나를 '외국인' 혹은 '미국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에 적잖이 놀라고 언짢았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서방으로 간다면 '한국인' '대구사람'이 아니라 '동양인' 혹은 '중국사람'으로 볼 것이다. 이 점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대표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다. 대부분 한국인들이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기억한다고 쳐도 스코틀랜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처럼, CNN의 보고에 따르면 대부분의 많은 서구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상식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한국은 북한에서부터 발사되는 미사일과 로켓이 날아다니는 분쟁국가 위험지역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인이라면 해외로 나설 때는 자국의 대사가 되어, 종종 북한관련 상황이나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은 해외여행 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본 서양에 대한 기대치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서양현실은 절대 다르다.

유학이나 해외여행은 다른 나라 문화나 생활양식을 배울 수 있어 정말 흥미롭고 신나는 일이다. 동시에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싫어하는지 깨닫게 하는 특별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각자 문화 색안경을 끼고 자신의 문화적 프리즘을 통해서 해석한다. 한국에서 처음 경험한 내 문화 색안경은 확실히 도전적이었다. 사람들이 내 허락 없이 3살, 5살인 내 아이들을 쓰다듬고 포옹하는 행위는 나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엄청난 문화충격이었다. 이후 한국인들이 모든 아이들에게 부모의 마음을 느낀다는 걸 이해하게 되면서 나의 문화 색안경도 벗겨졌다. 이것은 매우 값진 한국의 고유문화이며, 슬프게도 오늘날 서구 사회에는 없는 무언가 매우 소중한 부분이다. 한편 서양에서는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행위는 일반적인 예의양식이다. 한국인들은 낯선 뒷사람을 위해서 친절을 베풀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고 느끼는데, 이 점도 내 문화 색안경을 벗고 나서는 더 이상 불편하지 않다.

대구에 사는 '외국인'인 나의 문화 색안경으로 볼 때, 한국사회가 생활하기에 얼마나 멋진 곳인지를 말해 주고 싶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에서 무조건 팁을 받는 행위가 없고, 자동차 점검을 할 때에도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지 않으며, 새 세척기를 배송받기까지 3주 이상이 걸리지 않고, 아플 땐 아무 병원이나 내원하여 다른 의사에게 진료받을 수 있는 것도 서구에선 불가능한 서비스다. 게다가 여자 혼자서 밤에도 겁 없이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최근 우리 가족은 파리에서 루브르 박물관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1유로를 지불하고는 문화충격으로 기겁했었다. 바로 이런 것들이 해외를 여행하며 얻을 수 있는 귀중한 발견과정인 셈이다. 또 다른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고 우리의 고유문화에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문화 색안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다른 나라의 문화가 가진 가장 훌륭한 요소를 배우고 접목하여 진정한 세계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황로은(경북대 국제교류원 원장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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