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방치된 폐가와 공터가 화재와 안전사고 우려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10시 40분쯤 대구 달서구 본동 한 공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공터에는 소파나 바구니 등 생활쓰레기가 잔뜩 버려져 있어 불은 순식간에 옮겨붙었다. 불은 진화됐지만 공터 바로 옆 어린이집 담벼락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어린이집 학부모는 "어린이집 담장에 화재 흔적이 있는 걸 보고 놀랐다"며 "혹시 원생들이 있는 시간에 불이 나면 연기에 노출될 수도 있지 않으냐"며 불안해했다.
이곳에서 불이 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한 달 새 4차례의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인근에는 어린이집뿐 아니라 주택과 빌라 등이 밀집돼 있는데다 상당수 거주자는 70대 이상 노인들이다. 이상일(54) 씨는 "지금까지 밤 시간대에 화재가 났는데 어르신들이 주무실 시간이고 거동이 불편한 분도 많아 걱정이다. 구청에 CCTV 설치를 요청했는데 예산 문제로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화재 발생 위험성이 높은 폐가와 공터 등은 도심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폐'공가는 2천806곳, 건물이 지어지지 않은 공터까지 합친다면 3천여 곳가량의 폐가 및 공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폐'공가나 공터 주변 주민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화재 위험뿐 아니라 사람이 오가지 않아 청소년의 탈선 현장이나 범죄 장소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박주환(51) 씨는 "집 근처 허름한 폐가에서 중'고등학생들이 담배를 자주 피워 구청에 폐가 정리를 부탁했지만, 소유자가 동의하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는 안전사고 위험이 큰 폐가나 공터 인근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있지만, 예방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공터나 폐가 자체를 정비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는 2013년부터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 도심지 폐'공가를 정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80채의 폐'공가를 정비해 주차장, 텃밭, 운동시설 등으로 탈바꿈시켰다.
시 관계자는 "낡은 폐'공가를 주민들의 편의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사라지고 있다. CCTV보다는 공간 자체를 정비하는 방법이 도심 속 폐가와 공터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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