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옛 대구 적십자병원 자리 광장 조성, 공론화하자

11일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 배지숙 의원이 중구 남산동에 있는 옛 대구 적십자병원 자리에 광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배 의원은 이날 "대구에는 남녀노소가 만나 지역현안을 논의하는 소통 공간이 없다"라며 대구의 중심도로인 달구벌대로와 중앙대로의 교차점에 있고, 도시철도 1, 2, 3호선이 모두 연결되는 옛 대구 적십자병원 자리는 광장을 만들 수 있는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민광장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곳이 대구의 역사성과 미래성, 시민광장으로서 상징성을 담아낼 수 있는 최적지인지는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현재 이 터의 소유주인 대한적십자사는 2010년 대구 적십자병원을 폐원하고 나서, 여러 차례 팔려고 했으나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내버려둔 상태다. 더구나 의료시설로 지정돼 있고, 매매가가 250억원대 규모로 덩치가 커 앞으로도 팔릴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이 병원 자리가 도심에 있는데다 장기간 방치되면서 주변 상권도 위축시켰다는 점에서 배 의원의 제안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좋은 아이디어다.

세계적인 도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도시에서의 광장은 많은 역할을 한다. 국내에도 서울광장, 인천 미래광장, 광주 시민문화광장 등은 여가활용 장소뿐 아니라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시민이 모여 자유롭게 개인 의사를 나타내고, 의견을 나누는 열린 소통의 장이 됐다. 대도시에서 직접 시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반면 대구는 이렇다 할 광장이 없어 도심 공원이나 대구백화점 앞, 시청 앞의 좁은 공간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옛 대구 적십자병원 자리의 광장 만들기는 시민 공감대 조성이 먼저지만, 공론화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접근성이 좋고, 낙후한 남산동 일대의 주거 개선과 주변 개발 효과 등 외부 여건과 공공성도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200억원이 넘는 매입비가 부담이지만, 소유자가 개인이 아니라 공공기관인 대한적십자라는 점에서 충분히 협상 여지가 있다. 시민광장 조성이 공공성이라는 점에서 국비 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대구시는 이 제안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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