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국문화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로 통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신경 쓰고 걱정이 지나칠 정도다. 중국인은 수치스럽거나 체면 깎이는 일을 남에게 말하기를 매우 꺼린다. 타인의 단점을 입 밖에 내는 일도 거의 없다. 17세기 청대 주백려의 '치가격언'(治家格言)에는 '실의한 사람에 대해 득의한 일을 말하지 말라'고 경계할 정도다.
이런 체면 문화는 언어 표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유별난 피휘(避諱)가 좋은 예다. 피휘는 흉함과 재앙에 관한 말이나 더러움, 창피함, 오만함과 연관된 말과 글자를 피하는 금기 습속이다. 본래 흉휘(凶諱)는 민간에서 널리 쓰였지만 원나라 때 조정에서는 167개의 흉휘자를 규정해 통제할 정도였다.
특히 옛사람의 이름은 절대 금기어다. 가령 황제나 성인의 이름을 피하는 국휘(國諱)와 성휘(聖諱), 고관의 관휘, 할아버지나 아버지 등 조상 이름은 가휘로 규정해 피하는 식이다. 이름이 곧 체면이라는 중국인의 뿌리깊은 의식에서 비롯됐는데 현대에도 여전히 강하다.
최근 중국 정부가 국내외 관광지와 공공장소에서 추태를 벌인 자국민의 실명(實名)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여유국은 항공기 여승무원에게 뜨거운 컵라면을 던진 것도 모자라 비행기를 폭파하겠다고 난동을 부리다 국제적 망신을 산 젊은 중국인 커플 등 4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공개 망신을 주었다. 남의 허물을 좀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문화에 비춰볼 때 극약 처방이다.
하지만 무조건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현실적 판단도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어글리 유커(游客)' 기록을 최장 10년간 보존해 해외여행이나 은행 대출 등을 제한할 계획이다. 법적 근거도 없이 개인의 자유를 장기간 통제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지만 아직도 '어글리 코리안'의 오명을 씻지 못하는 우리에게도 좋은 자극제다.
중국의 방식과 달리 경희대'포스텍 등 국내 각 대학들이 몇 해 전부터 기초'교양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는 나 자신과 돈, 실력, 취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교양'이라는 나침반을 통해 품격 있는 삶의 방향을 찾게 하는 처방이다.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은 좋은 교양강좌를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우리 삶에서 '후마니타스'(Humanitas) 즉 인간다움보다 더 앞자리를 차지할만한 게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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