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예나 지금이나 잘 먹어야 산다…날개 단 먹방 스타

'먹성'도 경쟁력

◆'식샤를 합시다' 서현진-윤두준, '먹방' 진수 보여줘

'잘 먹어야 산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고, 요즘 연예계에도 딱 들어맞는다. 육아 예능 붐으로 아기를 가진 연예인들의 일자리가 넘쳐나더니, 이젠 '잘 먹는 스타'들이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다. 요리와 음식 관련 프로그램의 인기 상승세와 맞물린 결과다. 덕분에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셰프의 수가 늘고, '보기 좋게 잘 먹는' 스타들의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연예인들은 잘생기고 예쁘거나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뜨는 게 정석이었지만 이젠 '잘 먹는 것'도 경쟁력이 된다.

요즘 방영 중인 tvN 월화극 '식샤를 합시다 2'는 제목만큼이나 '먹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독특한 콘셉트의 드라마다. 드라마의 내러티브 안에 자연스럽게 식사 장면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내고 극 중 인물들의 먹는 장면을 '길고 맛깔나게' 연출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던 중 식사 장면에 이르면 음식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담긴 대사와 클로즈업을 곁들인 '먹방'을 꽤나 긴 시간을 할애하며 보여준다. 국내 드라마 업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콘셉트다. 지난해 시즌 1이 호응을 얻은 데 이어 올해 시즌 2가 전파를 타게 됐다.

시즌 2는 세종시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1인 가구의 삶을 보여주며 젊은이들의 사랑까지 묘사하는데, 그것보다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역시 주요 포인트로 부각되는 '먹방'이다.

식사 장면이 한 차례 시작되면 앉은 자리에서 그 식당의 주요 메뉴를 고루 훑고 지나간다. 부대찌개 하나를 먹어도 국물 한 숟가락, 밥 위에 햄, 라면 한 젓가락, 남은 국물에 볶음밥 등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먹방'을 다 보여준다. 탕수육을 먹을 때는 대중의 흔한 기호를 반영해 '소스를 부어 먹는다'와 '찍어 먹는다'를 두고 출연자들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내보낸다. 그리고 각각의 취향대로 맛있게 먹는 장면을 이어 붙인다.

방송에 나가는 분량만 해도 3~4분, 때론 5분에 달한다. 먹는 장면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치고 긴 편이다. 먹는 과정 하나하나를 클로즈업해 보여주기에 출연자들은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표정연기를 곁들여 먹어줘야만 한다. 보는 것만으로 입에 침이 돌게 만들 정도로 '맛깔나게 잘 먹어주는' 출연자의 필요성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의 두 주연배우 윤두준과 서현진은 보기 좋은 '먹방'으로 시청자들의 '야식 본능'(본방송 편성시간이 오후 11시다)을 자극하며 '먹방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윤두준은 앞서 시즌 1에서도 주연으로 나서 각종 음식을 섭렵했던 인물이다. '윤두준표 먹방'의 특징이라면 특유의 진지한 표정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심각한 일을 처리하듯 진한 눈빛으로 음식에 집중한다. 그리고 기대에 미치는 맛이 입안에 감돌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감탄사를 날린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래, 이 맛이야"라는 대사 한 줄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시즌 2의 여주인공이 된 서현진은 탄성과 함께 '미소 먹방'의 진수를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음식을 찾아 맛을 볼 때면 눈과 입 근육을 적극 활용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타나는 여성들의 특징을 묘사한다. 적당히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쉴 새 없이 수저를 놀리며 보는 이들의 침샘을 폭발시킨다. 입 주변이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기는 그 상황이 여배우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터. 자칫 '예쁜 먹방'만 추구했다가는 그 비현실적인 식사 장면에 혹독한 비난이 돌아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귀처럼 우악스럽게 먹자니 이미지에 타격이 올 것도 같다. 입안 가득 칼국수 면발을 물고 두툼한 보쌈을 삼키면서도 여성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먹는 내내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을 게 분명하다. 어쨌든 매회 다이어트 걱정을 뒤로하고 맛있게 먹어준 서현진 덕분에 시청자들의 대리만족도 커진다.

◆부러움 한몸에 받는 여자 '먹방 스타들'

박수진이야말로 '먹방' 열풍의 최대 수혜자다. 올리브 채널의 '테이스티 로드' MC로 활약하며 '먹방 여신'이란 수식어를 꿰어찼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면서도 카메라 앞에서는 거침없는 먹성을 보여줘 여성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테이스티 로드의 MC로 활동한 건 2010년부터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음식과 요리 소재 프로그램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동반 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먹방 여신이라 불리면서 각종 프로그램과 광고 및 화보 섭외가 이어지고, 아이돌 스타들이 꼽는 이상형 명단에도 들어갔다. 그룹 슈가 이후 연예계 언저리를 맴돌며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더니 '먹방'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테이스티 로드가 방송된 후에는 박수진의 추천맛집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이 정도면 먹방 여신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대중이 박수진을 먹방 여신이라 치켜세우며 열광하는 건 그가 음식이나 맛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5년여간 꾸준히 맛집을 돌며 '카메라 앞 시식'을 했으니 '맛 지도'뿐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주관은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보다도 박수진이 먹방 여신이 된 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테이스티 로드를 진행하면서 내숭 떨지 않고 솔직한 태도로 음식을 대한 덕분이다. 유사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전하는 평가도 중요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간판급 스타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음식과 맛 관련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주로 남성들로 이뤄진 현실 속에서 어느 정도 숙련된 여성이 있다면 존재감이 빛나는 게 당연하다. 수년 전부터 하정우에 이어 윤후와 추사랑 등 어린아이들이 '먹방'으로 주목받았고, 스타 셰프들과 남자 연예인들이 요리 솜씨와 예능감을 내세우며 화제가 됐다. 남성들이 들끓던 '먹방'과 '쿡방'의 세계에 '여신' 한 명쯤 나오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박수진과 함께 올해 테이스티 로드의 공동 진행자로 나선 애프터스쿨 멤버 리지도 먹방 여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예쁘고 늘씬한 외모와 달리 털털한 성격에 식탐까지 많은 이미지다. 먹방 여신의 자격조건은 두루 갖춘 셈이다. 테이스티 로드에서도 좋아하는 종류의 음식이 나올 때면 심지어 허리띠까지 풀고 '섭취'에 열을 올려 식감을 자극한다. 자신의 기호를 충족시켜 주는 음식이라면 카메라가 꺼져도 '먹방'을 멈추지 않는다는 게 테이스티 로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먹방'에 가장 절실한 요소 중 하나가 '진정성'이라면,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 부끄러울 게 없는 출연자다.

최근에는 AOA 민아도 Y-STAR '식신로드'의 새로운 MC로 합류해 '먹방 열풍'의 대열에 합류했다. 일단, '열심히 먹기' 부문에서는 합격점을 받은 상태. 이미 타 프로그램에서 '카메라 앞 시식'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았으니 더 이상 논란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먹방'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아직 진행력이 미숙한 탓에 그저 먹는 데에만 집중해 "MC로서의 자질은 부족하다"는 혹평도 들었다. 그저 '먹기'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 그냥 먹는 게 아니다. 상황에 걸맞게 '잘' 먹어야 산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