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과장 섞인 말이나, 요즘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약속 없이 의원실을 찾아 "의원님 계세요?" 하고 물을 때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답변은 "지역구에 내려가셨는데요"다. 주말과 휴일에 짬을 내 지역구를 찾던 의원들이 요즘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지역행(行)이다.
행사 때문에 늦은 오후 지역구에서 상경하다가도 지역구민의 부음 소식이 들리면 주저 없이 발길을 돌린다. 이제는 아예 지역에 상주하는 의원들도 생기고 있다. "5월 한 달은 통째로 지역에 머무니, 6월에 자주 얼굴을 보자"며 양해를 구하는 의원도 있다.
동문체육대회다, 산악회 모임이다, 경로잔치다 해서 각종 행사가 열리는 5월은 주민들에게 얼굴 도장을 찍기에는 아주 효율적이다. 그런데 굳이 평일까지 나서 챙기는 것은 바뀔 것이 확실시되는 20대 총선 '선거룰' 때문이다. 새누리당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화두로 꺼냈으니, 100%는 아니더라도 여론조사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의 인지도가 낮다고 판단한 초선의원, 경쟁 출마자의 기반이 심상치 않다고 여기는 의원일수록 긴장지수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찌감치 조직을 정비한답시고, 서울의 보좌진을 지역에 상주시키기도 한다. 경북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지역 조직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의원들이 다가오는 선거에 대비, 조직 강화 차원에서 서서히 무게 중심을 여의도에서 지역으로 옮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총선 때와 비교하면 6개월 이상은 빨라진 흐름이다"고 했다.
보좌진이 아무리 지역구를 챙기더라도 의원이 직접 얼굴을 내비치는 것엔 미치지 못하니, 한 표가 아쉬운 의원들로서는 이유를 막론하고 지역행을 감행한다. 좁쌀 백 개 구르는 것보다 호박 한 번 구르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이는 대구경북 의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원내행정실은 각 지역구에 있는 의원들을 불러모으느라 진땀을 흘린다. 당 의원총회나 국회 본회의가 예정됐을 땐 수차례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사전 출석 체크를 해야 한다.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를 챙기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차기 선거를 위한 얼굴 내비치기에 그쳐선 안 된다. 지난 선거 때 내걸었던 수많은 공약을 남은 기간 점검하고 이행하는 발걸음이 돼야 한다. 약속 이행만큼 믿음을 주는 건 없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