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터지는 먹거리 사고'.
발암물질인 벤젠이 함유된 식용기름 유통사건이 적발되면서 '안전 먹거리'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식품전문가들은 "통상 성분을 속이거나 외국산 재료를 사용한 참기름이나 식용유가 유통돼 적발되는 사례는 많지만, 발암물질인 벤젠을 사용해 만들어진 식용기름이 유통됐다는 점은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벤젠 식용기름을 시중에 유통시킨 일당이 중국에서 만들어 국내에 반입했지만 통관 시 한 차례도 적발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벤젠 식용기름이 사용된 곳은
벤젠을 이용해 만들어진 식용기름은 주로 음식점에서 사용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나타났다.
식당 중 상당수는 가격이 비싼 참기름 대신 향미유를 사용한다. 향미유는 기름에 향신료와 천연추출물, 조미료 등을 혼합한 것으로, 조리 또는 가공 시 식품에 풍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일당도 철저하게 식당을 중심으로 벤젠 식용기름을 유통해 왔다. 이들은 벤젠을 사용해 짜낸 목화씨기름에 콩이나 옥수수기름을 섞어 식용기름을 만들어왔다.
식당 관계자는 "통상 식당들은 큰 소주병에 담긴 식용기름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발암물질 등 인체에 악영향을 주는 물질이 들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며 "참기름에 식용유 등을 섞어 사용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허술한 수입 체계
벤젠이 함유된 식용기름이 국내에서 유통된 것은 허술한 수입 식품 관리가 한몫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식품에 대해 성분 검사를 실시해 수입 가능 여부를 판단하지만 벤젠 검사는 하지 않고 있다. 식품에 발암물질이 들어갔을 것으로는 생각지 못한 때문이다.
하지만 벤젠 식용기름 사건을 계기로 식약처는 전 수입 식품에 대해 벤젠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목화씨 등 면실유에서 추출된 식용기름의 수입도 전
※벤젠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세계보건기구에서 A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대표적인 독성물질의 하나이며 피부염, 백혈병, 빈혈, 혈소판 감소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젠은 호흡기로 약 50% 정도가 체내에 흡수되며 급성 중독의 경우 마취 증상이 강력하게 나타나 혼수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면 금지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성과로 식약처의 벤젠 검사 실시를 꼽았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면실유 수입이 금지되고, 벤젠 검사를 실시하게 되면 수입 식품에 대한 안전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벤젠 식용기름 제조 판매 일당 적발에는 지난해 황산 식용기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첩보가 바탕이 됐다. 수성경찰서는 지난해 9월 식용기름을 제조하면서 황산을 사용한 일당을 붙잡았고, 이들로부터 벤젠 식용기름이 시중에 유통된다는 첩보를 얻었다는 것. 당시 황산 식용기름 사건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이번 사건은 석 달간에 걸친 수사를 통해 제조 유통업자를 구속시켰다.
경북대 박중곤 교수(화학공학과)는 "벤젠은 발암물질로 인체에 치명적인 해독을 끼치는 화학물질"이라며 "휘발유 옥탄가를 높이거나 합성세제 원료 등으로 사용되는 독성물질로 인체에 흡수되면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A급 발암물질"이라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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