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수입을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구하러 다니던 김정숙(가명'58) 씨는 지난해 말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솔깃한 투자제안을 받았다. 정부가 서민을 위해 만드는 협동조합에 투자하면 연 30%의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기대수익이 워낙 높아 사기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래서 투자를 권한 친구와 협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했다. 업체 측은 "좋은 품질의 건강식품(인삼, 산삼 등)을 중소기업으로부터 저렴하게 구입한 뒤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라며 "수익금은 매월 통장으로 입금된다"고 설명했다. 깔끔하게 차려진 사무실에는 조합장과 이사 6명이 있었다. 조합장은 "시청에서 사업을 관리감독하고 일정금액 이상은 투자할 수 없다"며 김 씨를 안심시켰다.
미심쩍은 마음이 가시지 않았던 김 씨는 우선 500만원만 투자하기로 하고 신용카드로 투자금액을 결제했다. 그런데 올해 1월 말 통장으로 수익금 12만5천원이 입금됐다. 2월에도 마찬가지였다. 확신이 서자 투자금을 4천만원으로 늘렸고, 3월 말 들뜬 마음으로 통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입금된 돈은 없었고 협동조합 사무실도 사라졌다. 김 씨는 자신의 말을 믿고 3천만원을 투자한 동서로부터 전화가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이런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2천720건이나 접수됐다. 피해 규모는 40억원이 넘는다. 적발되지 않은 업체들까지 감안하면 전체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7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유도한 뒤 투자금을 가지고 사라지는 불법사금융 피해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최근에는 투자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해 당장 현금이 없는 이들의 주머니까지 털고 있다.
통상 사기범들은 고수익으로 현혹한다. 투자하면 20~50%의 수익금을 준다거나 연금처럼 평생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해 카드결제를 유도한다. 소액 투자금에 대해 약정된 투자수익금을 일정기간 지급하고 나서 좀 더 거액의 투자를 받은 뒤 잠적한다.
초기에는 100만원 내외의 소액투자를 유도해 투자수익금을 주고 신뢰가 쌓였다고 생각하면 금액을 1천만원 정도까지 올린다. 이 금액을 결제하고 나면 업체는 사라진다.
사기범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정부 후원업체 혹은 정부를 대행하는 업체처럼 가장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수'축산물 유통업을 하는 영농조합법인 이름을 업체 상호로 많이 사용한다. 아울러 이들은 대도시에 위치한 행사장 등에 위장 사무실을 차려 놓고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비교적 나이 많은 여성(50~70대)을 대상으로 범죄가 이뤄지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60대가 31%, 여성이 63%를 차지했다.
금감원은 신용카드사의 불법거래감시시스템(FDS)으로 유사수신업체를 조기 포착하도록 하고, 경찰 및 국세청과 공조를 강화해 신속 수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신용카드사들은 유사수신 혐의 업체 적발 내역을 여신전문금융협회에 집중해 공유하기로 했다.
하은수 금감원 여신전문검사실장은 "고수익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며 "신용카드로 불법사금융에 투자한 경우 금전적 피해는 물론 신용등급 하락이나 카드이용 제한 등 추가적인 불이익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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