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전형 2천 개, 학부모는 괴롭다!'
대입 수시모집이 확대된 이후 걸핏하면 언론에 오르내리는 제목이다. 그런데 한 번 따져보자. 대입 전형이 과연 몇천 개나 될까? 간단히 보면 수시모집에는 학생부 교과와 종합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이 있고 추가로 정시모집이 있을 뿐이다. 학생, 학부모들은 그것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만 알면 된다.
전국 모든 대학의 전형을 알 필요는 없다. 희망하는 대학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입학 정보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용어가 어렵고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희망 학과가 수시모집에서 어떤 전형으로 몇 명을 뽑는지, 그 전형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하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대학교는 학생부 종합전형 최저학력기준이 어쩌고저쩌고, △△대학교는 논술전형 출제 경향이 이렇고 저렇고….' 입시설명회에 가면 흔히 듣는 내용들이다. 학부모들은 이해도 잘 못하면서 받아 적는 데 여념이 없다. 전형을 몰라서 대학에 못 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학부모는 전형 공부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입시설명회에 다녀오고 나면 오히려 궁금증과 걱정만 더 커진다. '대학이 어떻게 뽑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우리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들어 사교육 시장에 '컨설팅을 해준다' '맞춤형 상담을 한다'라고 해서 진학 상담 분야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에 기인한 것이다.
"자녀가 고교 1, 2학년 동안 관심을 갖고 활동한 분야는 어떤 쪽입니까?" "희망하는 전공과 관련해 활동한 내용이 있나요?" "전공 관련 교과 성적은 잘 챙기고 계시나요?"
학부모 상담 때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내용들이다. 제대로 답변하는 학부모는 별로 없다. 자녀가 학교에서 어떤 동아리나 모임에 참여하는지, 전공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는 건 그저 내신이 몇 등급 정도라는 것뿐이다. 내신은 실제 입시에서 여러 평가요소 중 하나일 뿐인데도 그것만 중시하면 된다는 식이다. 입시의 패러다임이 정시에서 수시로 바뀌고 수시 전형에서 중요한 것이 학생의 개별화된 학습능력인데도 여전히 정시 중심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이른바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라면 대학 전형 공부를 할 게 아니라 자녀의 현재 경쟁력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특히 수시 전형 가운데 학생부 중심 전형 경우에는 학생의 성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단순히 학생부의 교과학습 발달상황에 나와 있는 과목별 등급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각 과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학들은 정량적 성취기준인 내신 등급보다 학생이 교과별로 어떤 능력과 특이할 만한 노력을 했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등급이 좋지 않더라도 학습에 대한 학생의 열정을 나타낼 수 있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평균 등급이 낮아도 전공 관련 교과에서 강점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모의고사 성적 역시 영역별 등급도 중요하지만 각 영역의 배점 대비 득점을 챙겨보고 영역별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모의고사 성적표에는 학생의 학업 능력에 대해 세세한 사항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학생은 드물다. 예를 들어 문제마다 정답률(A:80% 이상, B:60~80%, C:40~60%, D:20~40%, E:20% 미만)을 공개하고 있는데, 틀린 문항들이 어느 범위에 드는지만 짚어 봐도 자신의 장단점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다.
입시 실적을 향상시키고 싶은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만 쳐다볼 게 아니라 우리 학교 교육과정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대학이 요구하는 부분과 비교, 개선해나가야 한다. 대학이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진로별 교육과정을 눈여겨본다면 학교는 이를 어떻게 현장에 접목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그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수능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짜여진,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으로는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학생 개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과정을 개설해 꿈과 끼를 키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입시 준비는 학생 개인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생에게 던질 첫 번째 질문은 '공부는 왜 하고 있느냐'다. 그 질문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다면 비록 현재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향상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어서 '대학은 왜 가려 하는지' '전공은 왜 그쪽을 택하려 하는지' 세부적으로 짚어봐야 한다. 이런 생각들과 현재 학생이 가지고 있는 학습 능력, 교과 성적, 활동 상황, 독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나면 어떤 전형을 선택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결정하는 건 어렵지 않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이번 주부터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김기영 연구실장의 '진학 디자인' 코너를 신설합니다. 고교 및 대학 진학과 관련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이 겪고 있는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는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김기영 실장의 조언이 진학의 방향을 설계하고, 내용을 채우고, 결과를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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