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밥 먹여주나?"란 말이 있습니다. 배가 부르고 나서야 사랑도 '있다, 없다'를 논할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너무 각박하다고 생각하세요? 혹은 마음속으로 당연한 말이라 격하게 공감하고 계시나요?
'엘리자베스는 즐거웠다. 그는 자연이 펨벌리보다 더 아름답게 꾸며 놓은 곳을 본 적이 없었고, 펨벌리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서투른 아치로 인해 더 깨어지지 않은 곳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펨벌리의 장관을 극구 찬양하였다. 그 순간 엘리자베스는 이 펨벌리의 주부가 된다는 것은 상당한 것이라고 느꼈다.'(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중에서)
오만한 다시를 편견으로 미워하던 엘리자베스가 다시의 펨벌리 저택과 숲을 보고 나서 다시에 대한 호감이 점점 커지는 장면입니다. 물론 그전에 다시가 오해를 풀기 위한 편지를 주긴 했지만요.
무슨 로맨스가 이렇게 철저하게 싹트느냐고요? 우리는 '삼포 세대'라는 단어가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지요. 가난으로 사랑을 포기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월수입에 따라 같은 병에 걸려도 생존기간이 다르다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엘리자베스가 매력적이고 상냥하지만 재산이 부족한 위캄을 좋아하지 않기로 하고, 드넓은 장원과 교구목사 임명권을 가진 다시를 좋아하게 된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요?(물론 매력적이라고 해서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 엘리자베스의 편견이었지만요. '예쁘면 착한 거다'란 말이 이렇게 위험한 겁니다, 여러분!)
'오만과 편견'을 바탕으로 삼아 학생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편견은 극복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사람들의 편견 탓에 일어나는 세상의 모든 오해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겠습니다.
'오만과 편견'은 유례없이 적나라하게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연 수입, 동산, 부동산이 한 점 의혹 없이 공개되는 '특이한' 소설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점에 주목하여 사랑을 하려면 최소한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를 논의해보고 싶습니다.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아이를 낳고, 아이와 행복하게 살려면 최소한 얼마가 있어야 하는지를요. 이어서 최저 시급, 최저 생계비, 일자리, 그리고 복지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뜻밖에도 '오만과 편견'을 읽고서 말입니다.
길혜진 매천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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