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 울릉읍 무릉길 227-75 일대. 한 택배회사 건물 외벽 곳곳이 파손돼 있다. 어른 키 높이만큼 흙더미가 쌓였던 흔적도 선명하다.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해 8월, 건물 뒤쪽 경사면의 토사가 덮친 흔적이다.
집주인 김대현(40) 씨는 "장마가 코 앞인데 달리 손 쓸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이곳이 골칫덩이로 뒤바뀌기 시작한 건 2012년 무렵. 집주인 김 씨에 따르면 건물 뒤 비탈면 위쪽에 기상청의 울릉도'독도 기후변화감시소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김 씨는 공사가 시작된 2012년 두 차례, 지난해 한 차례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감시소 옹벽 바로 아래부터 택배회사 건물 주변 부지는 모두 김 씨의 땅이다. 김 씨 부모는 이 자리에서 산나물을 재배했다. 그러나 2012년 폭우에 기후변화감시소 공사 현장에서 흙과 바위가 흘러내려 대규모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8월엔 기후변화감시소 배수로에서 새어나온 빗물로 토사가 유실되면서 건물이 파손됐다. 당시 김 씨는 택배회사가 세들어 있던 건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곳에 새 건물을 짓던 중이었다.
김 씨는 그간 기상청을 상대로 여섯 차례나 민원을 제기했다. 울릉군도 지난해 11월 기상청에 공문을 보내 해당 부지의 재난 예방을 위해 안전조치 이행을 촉구했다. 기상청은 그때마다 책임을 인정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과 피해보상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말만 하며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공사는 준비 중이지만 피해 보상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보상금 지급은 국가배상심의위원회를 통해야 한다는 게 기상청의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공공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선 김 씨 스스로 명확한 피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로선 국가배상심의위원회 외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공사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공사 부지는 기후변화감시소 옹벽 아래 김 씨의 땅이지만, 기상청은 "부지 매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지 매입이 어렵다면 택배회사 쪽으로 나 있는 배수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면 되는데도, 기상청은 남의 땅 위에다 자신의 집 배수로 공사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김 씨의 땅 4천㎡는 쓸모없는 땅이 된다.
김 씨는 "기상청의 책임이 명확한데도 정부법무공단의 유권해석을 들먹이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2년이 넘도록 해결이 안돼 정신적 고통도 크다"고 하소연했다.
울릉 김도훈 기자 h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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