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축제 점령한 두 가지, 술과 인기가수

연예인 콘서트로 레벨 정해져…섭외비 수천만원 예산의 절반, 주류회사 후원 광고도

5월 들어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이 축제에 돌입한 가운데 대학축제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일 오후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술을 나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5월 들어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이 축제에 돌입한 가운데 대학축제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일 오후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술을 나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주류회사 후원에 연예인 공연'.

대학 축제가 갈수록 '상업화'되고 있다. 대학 고유의 축제 문화는 사라지고 유명 연예인 콘서트장으로 획일화되고 있으며 주류회사들의 후원까지 더해지면서 상업화 논란이 일고 있다.

20~22일 열리는 영남대 축제(천마대동제)는 대학 축제 정보 검색에서 단연 수위를 달리고 있다. 20일 산이, 매드클라운, 씨스타, 21일 싸이, YB(윤도현 밴드), 크라잉넛, 22일 벤, 포맨, 노라조 등 축제 3일간 출연하는 초청가수가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한다.

영남대 학생회 측은 "인기가수 초청은 대학 축제의 새로운 트렌드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며 "영남대 학생뿐 아니라 지역의 청춘들이 대동제 3일만큼은 모든 걸 잊고 기분 좋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기가수 초청은 각 대학의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올해 대구경북의 다른 대학 축제에는 치타, 키썸, 에디킴(계명대), YB, 노라조, 크라잉넛(경북대), AOA, 신촌타이거즈, 다비치(대구대), DJ 소다, 긱스(대구가톨릭대) 등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인기가수가 출연했거나 출연할 예정이다.

대학 학생회 관계자들은 "동아리 활동이 위축되면서 축제의 연예인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초청가수가 누구냐에 따라 대학 축제의 레벨이 정해지고, 우리 대학 출연진이 시원찮으면 남의 대학에 원정 가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하지만 대학 축제 비용의 절반 가까이가 연예인 섭외비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34개 전국 4년제 대학이 2011~2013년 3년간 연예인 초청에 지불한 비용은 전체 축제 예산의 43%(평균 3천41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회 관계자는 "초청가수당 적게는 500만~1천만원, 많게는 2천만원이 든다"고 했다.

또 주류회사가 대학 축제 연예인 공연 후원에 나서면서 상업화 논란은 더욱 거세다.

OB맥주는 올해 경북대, 영남대 등 전국 6개 지역 10개 대학에서 '카스 콘서트'를 연다. 축제 기간 주류 독점 계약을 맺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대신 수천만원이 드는 연예인 초청공연을 지원한다. 영남대는 산이, 매드클라운, 씨스타, 경북대는 YB, 노라조, 크라잉넛이 카스콘서트에 출연한다.

경북대 학생회 관계자는 "대학 축제가 기업 광고판으로 변질됐다는 비난 여론도 많지만 기업 제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학생들이 연예인 초청을 원하고 학생회 입장에서는 연예인 섭외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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