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민 상대로 '땅장사'하는 LH, 공기업 맞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설립 목적은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과 도시의 개발'정비 및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수행해 국민 주거생활을 향상하고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는 데 있다. 또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취약계층의 주거 안전망을 구축해 국민의 행복한 주거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정부가 전액 출자한 LH의 경영 방침이자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LH가 포항 블루밸리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이 같은 설립 목적이나 경영 방침과는 한참 어긋난다. 포항 구룡포와 동해'장기 일대에 첨단부품소재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말 잘 듣는 이주자에게는 좋은 땅을, 말을 안 듣는 이주자에게는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는 땅을 분양한다는 내부규정을 적용한 것부터가 그랬다.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사업에 주목해야 할 LH가 사회적 약자와 노인세대를 역차별한 처사는 국민 정서상 용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립 근거에도 명백히 위배하는 일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전답이나 임야 등 땅을 헐값에 사들인 뒤 많게는 열 배나 부풀려서 하청업체들에게 부지 조성 공사비로 지급하면서 이른바 '땅장사'를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LH가 하청업체에 공사비 대신 지급한 땅은 7만여㎡로 320억원에 이른다. 결국, LH는 가만히 앉아서 200억원이 넘는 돈을 번 것이다. 하청업체 또한 부지 조성을 마치고 땅을 팔면 5, 6배의 장사를 한 셈이 된다. 이와 함께 LH는 공시지가 상 3.3㎡당 1만원대의 임야 등을 사들여 택지로 정리한 뒤 아파트 분양으로 수백만원대로 되팔아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LH는 공사의 설립목적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LH까지 민간건설회사처럼 영업에만 몰두한다면 저소득층은 기댈 곳이 없다. LH는 이주민들에 대한 택지 분양과정에서 드러낸 갑질 운영방침이나, 산업단지 조성과정에서 불거진 땅장사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갑질 규정은 없애고, 폭리를 취한 부분은 이주민과 저소득층 입주자에게 혜택을 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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