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배스의 서식처에 따른 주 먹잇감과 루어를 일치시키는 '매치 더 베이트'(Match The Bait)에 대해 알아봤다. 매치 더 베이트는 배스 낚시뿐 아니라 선상 다운 샷, 갯바위 농어 낚시, 우럭 낚시 등 루어를 이용한 낚시라면 꼭 적용해볼 가치가 있는 기법이다. 하지만 매치 더 베이트가 이루어진 상태라도 무조건 배스를 낚을 수는 없다. 모든 채비가 각각의 운용법과 적재적소의 포인트가 다른 것처럼, 50㎝ 전후의 대형 배스를 낚으려면 포인트 선정 또한 중요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배스는 붙박이형과 회유형으로 나뉜다. 혹자는 강이냐 저수지냐에 따라 환경의 영향을 받아 나뉜다고 한다. 또 태어날 때 환경에 따라 선천적으로 결정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어린 배스는 뭉쳐 다니며 회유 및 사냥을 하고, 대형 배스가 되어서는 개별 생활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50㎝급에 달하는 배스가 채널에서 떼로 낚이기도 하고, 채비를 넣기도 어려운 무성한 헤비커버에서 20㎝가 갓 넘은 배스가 낚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배스도 사람처럼 개체마다 개성이 있고 습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붙박이형과 회유형 배스 모두 개체의 취향이며 주변 환경이나 개체 내부 변화에 따라 붙박이일 때도 있고 회유형일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대형 배스를 낚고자 숲이 우거진 헤비커버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대형 배스의 생활은 크게 휴식과 섭식, 즉 붙박이와 회유 둘 다로 나눌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수중 헤비 스트럭쳐나 연안의 헤비커버 같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사냥에 적합한 곳에서 사냥한다는 것이다. 휴식을 위한 곳은 그만큼 폐쇄적이기 때문에 사냥을 위한 시야 확보 역시 좋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개별 생활을 하는 배스 역시 사냥을 위해 사냥터까지 이동해서 배를 채우는 것이다. 이런 사냥터와 대형 배스가 쉽게 의심할 수 없는 매치 더 베이트 채비, 적절한 운용이 삼박자를 이루었을 때 대형 배스를 만날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그래서 포인트 선정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포인트를 찾아야 할까? 궤변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콕 짚어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서식지 별로 환경이 다르고, 계절 및 출조 당일의 기상, 바람 방향, 월경 등 생각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은신처로 적합한 포인트와 사냥터로 적합한 포인트를 모두 갖춘 필드에서 대부분 대형 배스는 비교적 규칙적인 움직임을 나타낸다. 즉 홍수나 가뭄, 급격한 기후 변화 등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휴식처도 일정하고 사냥터도 일정하므로 정확한 포인트 정보만 구축해 두면 비교적 쉽게 대형 배스를 만날 수 있다.
봄부터 가을, 대부분 휴식처는 알고 있다시피 커버 속이다. 연안 수몰나무 군락이나 수중 수초 군락, 갈대나 부들밭 등 삼면 혹은 사방이 모두 막혀 외부의 위협에서 안전한 곳이 대형 배스의 휴식처이다. 캐스팅이 힘든 커버일수록 대형 배스가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채비를 손질하며 애써 캐스팅에 성공해도 배스의 입질이 없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지난 시간에 설명했으니 생략한다. 이러한 휴식처에 머무르던 배스는 배가 고파지고 사냥이 쉬운 시간대가 되면 이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대형 배스일수록 멀리 이동하지 않는다. 열량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사냥 역시 열량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몸을 숨기고 기다렸다가 먹잇감이 지나가면 순식간에 삼킨다. 이를 위해 대형 배스는 휴식처 근처 스트럭쳐를 찾는다. 스트럭쳐라고 하면 몸을 숨길 수 있는 크고 복잡한 장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형 배스의 큰 몸이 장애물에 부딪치지 않고 순식간에 빠른 몸놀림으로 먹잇감을 덮칠 수 있는 단순한 스트럭쳐가 사냥터로 제격이다. 즉 휴식처에서 가깝고, 주변이 오픈 워터인 독립적인 장애물이나 연안 스트럭쳐(직벽, 뱅크, 돌무더기, 갈대 등)에서 사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포인트는 베이트 피시의 길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냥터라고 해도 대형 배스가 종일 낚이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사냥터이기 때문에 대형 배스가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다. 흔히 배스의 사냥 시간, 즉 피딩 타임이 아침'저녁이라고 알고 있지만, 대형 배스는 조금 다르다. 물론 포인트에 따라 다르지만, 예민하고 조심성 많은 대형 배스는 어둠이 완전히 내린 후 사냥을 시작하는 편이다. 특히 물이 맑은 포인트일수록 그 시간은 늦어지는데, 공원화 공사 이전 배스 터로 유명했던 대구 북구 끝자락의 서리지 같은 경우는 여름밤 9시가 지나야 45㎝급 이상의 배스가 활발하게 낚이기도 했다. 어둠 때문에 배스뿐 아니라 먹잇감의 경계심도 줄어들어 비교적 손쉽게, 열량 소비를 최소화시키며 먹이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대 대형 배스는 특히나 탑워터 계열의 채비에 입질이 활발하다. 대형 배스는 수중의 단순한 장애물에 몸을 붙여 마치 자신이 장애물의 일부인 척 조용히 잠복하고 있다가 자신의 위쪽으로 지나가는 베이트 피시를 노린다. 그 이유는 어류의 시각 기관 위치상 아래쪽이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배스는 잘 알고 있어서, 굳이 장애물이 없더라도 먹잇감의 길목에서 사냥하기도 한다. 또한 표층은 하나의 벽이기도 하다. 배스는 먹이를 벽 쪽으로 몰아서 사냥하곤 하는데, 그런 이유로 수중 험프나 연안선, 직벽 등을 선호한다. 벽 쪽으로 몰린 먹잇감은 벽 때문에 피할 방향이 한 군데 줄어들고, 그만큼 사냥 성공률이 높아진다. 표층도 마찬가지로 벽 구실을 해 먹잇감이 도망갈 방향을 하나 줄여준다.
채비의 매치 더 베이트, 배스의 사냥터와 사냥 시간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초보자도 대형급 배스를 만날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낚시인은 상세한 정보가 부족하고, 안다 하더라도 잘 알려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 같은 정보를 구축하려면 집에서 가까운 단골 출조지를 선정했으면 좋겠다. 한 곳을 자주, 오랜 시간 꾸준히 출조하다 보면 어떤 곳이 배스의 사냥터인지 경험으로 알게 된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저수지에도 적용해보고, 수정하다 보면 어느 순간 포인트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그때는 초보가 아닌 배스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성호 한국낚시채널 F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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