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7월 일본은 건전한 식생활을 몸으로 체득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식육 기본법'을 제정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한 것. 지'덕'체(智'德'體) 교육과 함께 먹을거리(食)도 교육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중앙부처에서는 노동후생성이 주도하고 농림수산성과 문부과학성, 내각부 등이 협력하며,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학교교사와 영양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식생활 교육은 이미 일상화됐다. 식생활 교육 덕분에 지역 농산물을 존중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기르며 국민건강에 좋은 바른 먹을거리는 무엇인지, 음식물 쓰레기 문제 등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먹을거리 관련 문제를 교육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먹을거리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누가 어디서 생산했는지를 알게 되고, 소비자와 생산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과 배려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민'관이 협력하는 일본의 식생활 교육
일본의 식생활 교육은 민'관이 함께 하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식생활 교육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 계획적으로 정하고, 각 지자체는 정부와 협력해 지역별 특성을 살린 식생활 교육을 추진한다. 교육관계자와 식품 관련 종사자들은 적극적으로 식생활 교육에 동참하고 농'어민들은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일본의 식육기본법에는 중앙정부 관련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식육추진회의와 각급 지방자치단체의 식육추진회의를 만들게 돼 있다. 또 학교와 농협, 보육시설, 보건소, 의료기관, 농어민, 식품업계, 자원봉사단체가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느끼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일본의 식생활 교육은 미래의 식생활과 농업 경제를 이끌어 가기 위해 어린이와 자녀를 둔 가정이 중심이다. 어린이는 식습관이 굳어진 성인보다 교육 효과가 크고 가정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사업 프로그램도 구체적이다. 화분 벼 제공하기와 학교급식 포럼, 쌀을 주제로 한 글'그림 경진대회 등이 각광받고 있다.
◆지역 농산물과 친해지는 먹을거리교육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바른 식생활을 정착시키고 있다. 우선 그림 교육을 통해 바른 식생활의 중요성을 깨우친다. 또 1주일간의 식사 조사표를 쓰고 용변의 횟수, 색, 형태 등도 기록하게 한다. 이를 통해 음식과 변의 관계를 이해하고 관찰하도록 하는 것. 이를 통해 지금 자주 먹는 음식의 문제점과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당분과 지방, 단백질, 식이섬유의 적정량에 대해 가르친다. 또 식품 첨가물과 농산물 원산지, 영양 성분표 등을 보는 방법도 가르친다.
교육을 받은 아이들에게는 지역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운동'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부모와 함께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실습도 한다. 어떻게 바른 식재료를 구입하고, 먹어야 하는지 몸으로 체득하게 하는 셈이다. 이마바리시는 식생활 교육 교재와 교사 지도안, 다양한 동영상 등을 활용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제철에 나는 농산물과 친해지는 밥상 교육은 어린이들의 식생활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통적인 일본의 식생활을 보존하고 쌀 소비를 늘리고 있으며 지역 농업을 살리는 유기적인 관계망도 구축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생산자 교류 통해 친밀감 느껴
일본의 식생활 교육은 책상머리에 머물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지역 농가와 교류를 통해 농산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배우게 하는 것. 채소 재배나 조리 경험 등도 함께 진행해 아이들의 흥미를 더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사카는 지역 음식 맛보기와 지역 농가와의 만남을 통해 역사와 문화, 바른 식습관을 교육한다. 어느 곳에서 어떤 농수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배우는 학습의 장을 마련하는 것. 매달 19일에는 일본 각지의 향토음식을 학교급식 식단에 포함시켜 일본의 역사와 문화, 각지의 음식문화를 이해시킨다. 향토요리를 먹은 아이들은 각 지역의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착심을 느끼게 된다.
현장 학습도 이뤄진다. 채소 공급 농가나 생선가게에서 학교를 방문해 직접 강의를 하고, 식사까지 함께하며 학생들과 교류를 한다. 아이들은 평소 접하기 힘든 농어민들과 교류하며 지역 농수산물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닫게 된다.
시가현 나가하마시는 학교급식과 교육을 통해 수산물의 소비를 촉진한다. 생선의 영양과 음식재료가 되기까지 과정, 생선 영양 퀴즈, 생선 먹는 방법 등을 교육함으로써 미래의 소비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각 학교에서는 농수산물 생산자와 요리사를 초청해 직접 어류도감을 보며 생선을 먹는 방식으로 흥미롭게 농수산물 교육을 진행한다.
경북도 최영숙 FTA농식품유통대책단장은 "식생활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학교, 소비자단체 등 각계각층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일본처럼 국민이 쉽게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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