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집 값의 76.90% 차오른 전세…'깡통전세' 비상

전세금+근저당 '70% 룰' 깨져…곳곳 마지노선 80% 육박

대구 달서구에서 보증금 3억5천만원(매매가 5억원)짜리 전셋집을 계약했던 A(47) 씨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개인사업자인 집주인이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살던 집이 경매에 부쳐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A씨는 "5억원짜리 아파트에 대출금이 4억원쯤 된다. 전세권 설정도 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3억여원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라며 울먹였다.

수성구 황금동에 사는 공무원 B(37) 씨는 전세보증금 4억원 중 2억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처음 전셋집을 구할 때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당시 매매가 4억원 아파트에 은행 대출이 2억원이나 있었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주 시점에 다시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추가 대출이 1억원이나 더 있었다. B씨는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나중에 형편이 되면 대출 일부를 떠안고 전셋집을 인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집이 경매에 넘어가 우선순위 채권자들의 '빚잔치'가 끝나면 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2억원도 채 안 된다"고 한숨지었다.

대구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깡통전세' 공포가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주택 매매가의 80%가 넘어 사실상 '깡통'이나 다름없는 주택을 말한다. 만약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데, 기존 대출금을 청산하고 나면 전세로 들어간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몽땅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달 6일 발표된 KB국민은행의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에 따르면 대구의 전세가율은 76.90%로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 중에서 광주(77.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대전과 부산은 각각 71.1%, 70%를 기록했으며, 전국 평균은 71.3%였다. 특히 대구 달서구와 달성군 등 일부 지역에선 전세가율 심리적 저지선으로 통하는 80% 턱밑까지 다다르고 있어 깡통전세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같은 기간 달서구는 79.76%로 조사됐고, 달성군도 78.13%를 기록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잦은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시장 불안정성이 커진 탓에 대구 전셋값의 고삐가 풀렸다. 당분간 전세가율 상승 행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과거 전세계약을 할 때에는 이른바 '70% 룰'이 고려됐다. 전세보증금과 근저당최고액이 집값의 7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난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80%에 육박해도 덥석 물건을 물기 마련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도 70%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깡통전세가 걱정된다면 전세 3대 원칙, 즉 '실제 거주+전입신고+확정일자 받기'를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임차권이 설정돼 있으면 훗날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은행과 동등하게 지분 비율에 따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보장보험 가입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정순윤 법무부 주택임대차위원은 "아파트 전세가율이 높으면 임차보증금 반환에 대한 위험요소가 상승한다. 전셋값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깡통전세가 걱정이라면 전세금 보장보험 가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