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새 야구장의 명칭에 연고지인 '대구'를 표기하는 문제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야구장의 실제 소유주이면서도 위탁계약 협상에서 스스로 주도권을 넘겨줘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대구시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구시는 삼성전자와 2013년 맺은 '야구장 사용 및 수익허가 계약'에서 삼성의 명칭 사용권에 대해 아무런 강제조항도 넣지 않았다.
삼성은 대신 새 야구장 이름에 '삼성'을 넣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명칭 사용권 획득의 근본 목적이 기업의 유'무형적 홍보임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국내에서 야구장 명칭 사용권은 최소 연간 5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대구시의 요청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락한 삼성이 '대구 라이온즈 파크'를 더 선호하는 까닭은 여러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삼성 측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보다 짧아서 부르기 쉽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광주 구장이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라는 다소 긴 듯한 이름을 갖게 된 직후부터 감지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명칭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국내 굴지의 재벌 기업이 공익적 성격을 띠는 야구장 명칭을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사기 싫어한다는 관측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이 내수시장 홍보에 열을 올렸다가 괜한 역풍을 맞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삼성이 대구시의 줄기찬 러브콜을 '완곡'한 방식으로 거부하는 연장선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구시는 삼성그룹의 출발점이 대구였음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삼성그룹 계열사 유치 또는 신규 투자를 유도해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야구장 이름에 '삼성'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대구시의 주장 역시 삼성그룹과 대구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한편, 그룹 오너인 이건희 회장의 건강도 삼성 측이 기업명이 제외된 이름을 제시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야구장 위탁운영 계약의 당사자가 삼성전자이지만 아직 승계 구도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구 새 야구장에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계열사의 브랜드가 다음에 들어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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