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정생 동화나라' 울고 싶어요…콘텐츠 부실 관람객 외면

기념관 내부 벽면 금…안동시 "부족한 시설 보강"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 선생의 문학 세계를 기념하기 위해 안동에 건립된 '권정생 동화나라'(이하 동화나라)가 부실공사와 콘텐츠 부족 등으로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사업 추진 단계에서부터 기념관 위치나 선생의 작품 세계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논란 속에 추진되면서 실패작이라는 비판과 함께 전면 개보수 목소리마저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아동문학가인 권정생 선생은 31세 때이던 1967년 안동 일직면 조탑리에 정착한 뒤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 생활을 하다가 1984년부터 교회 부근 빌뱅이언덕 아래에 작은 흙집을 짓고 혼자 살면서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 주옥같은 동화를 남겼다. 2007년 5월 17일 소천했다.

이에 안동시는 권정생 선생의 문학 세계를 재조명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1년 총사업비 31억원을 들여 옛 일직남부초등학교(일직면 망호리)를 매입, 도서관과 유품전시관, 소공연장, 동화구연 연구소, 숙소 등을 갖춘 기념관 동화나라로 리모델링해 지난해 8월 개관했다.

하지만 준공 1년이 채 되지 않아 운동장에 깔린 탐방로 보도블록이 내려앉고 건물 내부 벽면 곳곳에도 금이 가는 등 시설 전반에서 부실이 드러났다. 동화책과 선생의 유품 등이 전시돼 있어야 할 도서관이나 전시실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관 후 지난 3월까지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 등 운영상 문제점도 제기됐다.

안동시로부터 위탁 운영을 맡은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한 관계자는 "애초 사업 취지와는 달리 주 이용객인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건물 외관과 조악한 체험시설 등 권정생 선생의 작품 세계와 정신을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른 시일 안에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보완해 정상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동화나라의 현 위치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자 안동시도 지난 4월부터 보수공사를 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안동문인협회 한 관계자는 "선생의 작품세계와 흔적이 스며들어 있는 일직면 조탑리 생가와 빌뱅이언덕, 종 치던 교회 등을 동화나라와 스토리텔링으로 연계하지 않으면 지금의 동화나라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더해 줄 거시적 설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으로 폐교를 리모델링해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부실한 요소가 많았던 점을 인정한다"며 "추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부족한 시설과 콘텐츠를 보강해 나가겠다"고 했다.

안동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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