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월호 교훈은 어디에…대구시 부시장도 황당해진 재난훈련

안전한국훈련 빈틈투성이…화재진압·대피방송 등 생략…토론훈련도 보고서만 읽어

'훈련은 훈련처럼(?)'

20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대백프라자. 대형화재 대응 훈련의 시작을 알리는 붉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쇼핑객과 직원 1천여 명이 있는 백화점의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가상의 재난 상황이 시작됐다. 훈련 시나리오는 백화점 직원이 화재 신고를 하고 매장 내에 화재 발생 안내 방송을 하도록 짜여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대피방송도 나오지 않았고 직원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등 초기 대응 부분도 모두 생략됐다. 또 구급차 10여 대가 현장으로 출동하던 도중 중계방송 케이블을 피하느라 한동안 골목에 멈춰 서기도 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재난 대응 훈련을 하는데 정말 형식적으로 하는 것 같다"며 "백화점 영업에 지장을 줄 텐데 이런 훈련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대응 훈련 강화에 나섰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대구시는 18일부터 22일까지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경우 훈련 기간을 3일에서 5일로 연장하고 현장훈련도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훈련 기간만 늘어났을뿐 현장의 재난 훈련은 예전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현장 훈련 전날 치러진 토론 훈련도 빈틈 투성이였다.

19일 오후 대구시 행정부시장(재난안전본부장) 주재로 소방, 경찰 등 각 기관 관계자들이 훈련 시나리오에 맞게 대책본부를 운영해 보는 토론훈련이 진행됐다. 시는 당초 발표식 훈련을 지양하고 시나리오에 맞춰 문제 해결 방식으로 훈련을 전개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훈련은 기존과 다름없이 단순보고 방식으로 진행됐다. 부서와 기관 관계자들이 140여 쪽의 자료를 그대로 읽는데 1시간 반가량의 훈련시간을 소비해 '토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훈련을 이끌고 있는 대구시 정태옥 행정부시장이 보고를 중단시키고 큰소리를 낼 정도였다. 정 부시장은 "대형재난이 발생하면 담당자들이 윗선의 전화나 언론을 응대하느라 정작 맡은 임무를 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서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실제 재난과 유사하게 불시에 훈련을 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전처럼 아직도 형식적 훈련이 계속 된다면 실제 재난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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