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예정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무산됐다. 북한이 어제 갑작스레 반 총장의 방문 허가 결정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방북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이기를 바라던 정부의 기대도 무너졌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 허가를 철회한 이유는 석연찮다. 반 총장은 19일 방북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메시지도 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화만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남북이 진솔한 대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 자신이 중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유엔 기구 지도자들과 북한에 대한 지원 논의도 하고 있다"며 선물 보따리를 풀 의사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북은 반 총장의 방북 허가를 철회하면서 아무런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대북 전문가들은 반 총장의 남북관계 관련 발언이 김정은을 불편하게 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남측 관계자가 아닌 유엔 사무총장의 자격으로 방북을 허용한 만큼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겠다는 발언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북이 개성공단 임금인상 문제를 두고 양보 없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 총장이 개성에서 전할 평화의 메시지가 김정은에겐 달가울 리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유가 어떻든 북한이 상당기간 협의를 거쳐 성사된 반 총장의 방북을 급히 무산시킨 것은 치명적인 외교 결례다. 반 총장은 한국인이기에 앞서 유엔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사무총장이다. 정치'군사적으로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는 상황에서 유엔 수장이 남북 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방문해 던질 화해의 메시지는 국제적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이벤트였다. 북은 이렇게 합의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임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렸다. 북은 또다시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는 국제사회의 의구심만 키운 셈이다. 모든 국제 관계는 신뢰가 바탕이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진리를 북은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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