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국무총리 찾기

신문을 국한문 혼용체로 발행하던 때가 있었다. 자주 사용되지만 헷갈리기 쉬운 한자문제를 신문사마다 입사 시험에 꼭 포함시키던 때이기도 했다. 당시는 한자를 모르면 신문을 읽기가 어려웠다.

여러 어려운 한자 낱말 가운데 하나가 당시 광고란에 흔히 실린 '尋人'이었다. 부수(部首)가 마디촌(寸)인 것은 알겠는데 옥편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음이라도 얼추 짐작게 할 비슷한 자도 없었다. 광고 내용으로는 사람을 찾는 것임을 알았지만, '尋'이 '찾을 심' 자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였다. 심인 광고는 꽤 비쌌기 때문에 집을 나간 아이나 부모 등 가족을 찾는다는 애타는 내용이 많았다. 때때로 곗돈을 떼먹고 달아난 계주(契主)를 찾는다는 내용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청와대가 한 달째 공석인 국무총리감을 찾는다고 부산하다. 이르면 오늘 중에 새 총리를 지명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이미 법조계, 정치계의 여러 인사가 세평에 오르내리고, 심지어 당선한 지 1년도 채 안 된 자치단체장의 이름도 나온다.

그만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인지, 청와대의 고심을 알아달라는 이야기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낙마하고 나름 검증된 인사라고 판단한 이완구 전 총리조차 두 달여 만에 물러났으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 춘추 5패 가운데 하나였던 제나라 환공은 출신 성분과 관계없이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뜻으로 대궐 뜰에 늘 횃불을 밝혀놓았다고 한다. 시경 소아 편에 나오는 정료지광(庭燎之光)이다. 원뜻은 밤중에 입궐하는 신하를 위해 대궐 뜰에 피운 화톳불이지만, 환공의 사례에 따라 인재를 찾는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먼 곳에서 찾아왔다가 캄캄한 대궐을 보고 혹시 되돌아갈까 봐, 또는 넓은 대궐에서 길을 잃을까 불을 환히 밝힌 그 애타는 심정으로 인재를 구한다면 누구라도 충성을 바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청문회 때마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청문회를 거치도록 돼 있는 법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몇 날을 고민해도 찾기가 쉽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신문에 커다랗게 심인 광고를 내거나, 프로야구의 야간 경기 때처럼 청와대 주변에 야간 조명탑을 세워 불을 밝히고, 방마다 불을 환히 켜 언제라도 인재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소문을 내는 건 어떨까 싶다. 하도 답답해서 해보는 썰렁 개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