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신임 총리 후보자로 이른바 '수첩 밖 적임자'를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황 장관을 새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동안 인사에 있어 논란을 빚어온 '수첩 인사'의 폐쇄성을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높아진 검증 문턱에 결국 황 장관을 낙점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여권에 회자되고 있다.
청와대가 고려한 후임 총리 인선 기준은 ▷청렴성 및 도덕성 ▷개혁 추진력 ▷청문회 통과 가능성 등 3가지였는데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인물을 찾기 위해 청와대 인사'민정 라인에서는 수십 명의 인사에 대한 사전 검증 작업에 들어갔고 결국 황 장관이 낙점받았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국민과 지역통합, 소통,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등을 강조하면서 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동안 총리나 비서실장 등 인사는 이 같은 소통이나 통합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선 이후 국무총리 지명을 비롯해 청와대와 내각 인선에서 법조인에 치우친 인사, 관리형 총리 지명, 국민통합 차원의 인선 외면 등 특유의 인사 스타일로 여당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됐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무총리나 비서실장 등 정부와 청와대 핵심 자리에 법조인 출신을 두드러지게 등용함으로써 국정 운영을 사정기관 출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동안 총리 후보자 6명 중 4명이 판'검사 등 법조인 출신이었고, 이완구 전 총리는 충북경찰청장 출신이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법조인 출신이고, 황찬현 감사원장과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이주영 국회의원도 각각 판사 출신이다. 이번에 검사 출신 법무부장관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여론과 다소 배치되더라도 고집스러울 정도의 인사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은 파란만장했던 개인 역정, 일반 대중 정치인과는 다른 길을 걸은 정치 역정, 참모들의 과감한 진언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다"고 분석했다.
또 그동안 6명의 총리 후보자 가운데 '실세형 총리'나 '책임총리'로 불릴 수 있는 인물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다수 인사는 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내각 관리형 인물로 볼 수 있다. 이번 황 후보자도 '실세형'이라기보다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잘 이해하고 적용해 나갈 '온화하고, 조용한'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참신성을 갖추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혁신적인 인물보다는 대통령의 통치 방향을 잘 따르는 안정적인 인물을 선호한다는 측면을 엿볼 수 있다. 다른 말을 빌리자면 '결코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총리가 내각 전체를 관장하면서 국회 등 정치권과의 소통과 조율도 원만하게 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황 후보자가 최종 임명된 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만 일방적으로 따르면서 야당 등 정치권과는 소통보다 각을 세울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법조인 출신 ▷실세형보다 관리형 인사 ▷변화와 혁신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인물 등을 선호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또 한 번 여실히 드러났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구조개혁, 각종 민생'경제법안을 두고 여야는 물론 정치권과 청와대 간에도 소통과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발탁되지 못한 점이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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