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3억 대출 사기 추적하다 150억 통장 발견

214명 피해, 피해자 더 늘 듯…해외 콜센터서 유명은행 사칭, 26명 구속·총책 등 19명 수배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A(39) 씨는 대출 광고만 보면 치가 떨린다. 2013년 4월 당시 3천만원의 카드빚으로 급전이 필요했던 그는 '6.4%의 금리로 최대 6천만원까지 대출해준다'는 국내 유명은행의 광고 문자메시지에 현혹됐다가 큰 낭패를 봤기 때문이다. 보증보험료가 필요하다는 상담원의 말에 속아 560만원을 송금했다 고스란히 떼인 것이다.

국내 유명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대출 사기행각을 벌인 대규모 범죄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1일 저금리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해 대출해 주겠다며 피해자들로부터 보증보험료와 선이자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B(30) 씨 등 26명을 구속했다. 또한 해외에 도피 중인 총책 C(42) 씨 등 19명을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 등은 2011년 6월 한국, 중국 등에 콜센터 6곳을 설치해 금융기관을 사칭한 뒤 대출 사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 결과 이들은 2013년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유명 은행이나 캐피탈을 사칭해 214명으로부터 13억여원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러나 이들이 관리한 계좌에 입금된 돈이 150억원에 달하는 만큼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거나 전화를 걸어 "보증보험료를 송금하면 저금리 마이너스 통장 발급을 통해 원하는 금액을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6천300만원까지 송금받았다. 또 범죄에 사용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에게서 대포통장 300여 개를 가로채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조직에는 부부 3쌍과 연인 8쌍을 비롯해 형제, 남매 등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보험회사나 대출중개업체 콜센터에서 일했던 이들도 가담했다. 피해자들은 20~60대로 의사와 공무원, 교사, 택시기사, 자영업자 등 다양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신욱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대출 사기 조직 전체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 대출이 힘든 사람들을 타깃으로 설정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을 미끼로 통장이나 보증보험료 등을 요구하면 사기일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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