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찌든 상처 치유하는 솔향…봉현면 솔향기마을
높고 거룩한 소백산이 곱게 빚어 놓은 선의 아름다움 따라 내려온 산맥이 장군봉에서 우람스러운 근육을 보이고, 내리뻗은 해발 500m 산자락에 구슬 주(珠), 별 성(星), 주성동이 있다. 밤하늘 별들이 내려와 구슬처럼 구르는 마을이다. 영롱한 은하수보다 더 먼 곳에서 온 별빛이 왕소금처럼 눈부시게 쏟아진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옥수수 구워 먹으며 밤하늘 별을 세는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마을의 역사와 함께한 350년 나이의 수백 그루 노송이 향긋한 솔향기를 밤낮없이 퍼트린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소나무 숲으로 간다. 새로 태어난 어린이와 먼 조상들까지 거기에 다 모여 있다. 별빛과 솔숲이 만나는 마을 주성동은 솔향기마을로 이름을 바꾸고, 장작불로 밥 짓는 연기가 봉화가 되어 도시인의 찌든 삶에 치유와 힐링을 제공하는 마을이다.
풍기IC에서 불과 2㎞ 거리에 있는 농촌체험마을 솔향기마을은 찾기가 쉽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사업비 2억원을 지원받아 펜션 3동과 정자, 물레방아, 디딜방아, 식당 등을 완공하여 2008년 7월 31일 문을 열었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는 각종 농산물을 식재료로 하므로 도시인의 농촌체험관광 최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농식품부는 2014년 전국 최고 휴양지 명소 30곳을 선정하면서 소백산 자락의 영주 솔향기마을을 우리나라 최고의 휴양지라고 소개했다. 솔향기마을의 명성은 더 반짝이는 별구슬이 되고, 더 진한 솔향기가 되었다.
점심때가 되어 식당으로 간다. 곤드레밥에 비빔장을 넣어 쓱쓱 비벼가면서 먹는다. 곤드레 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곤드레밥이 부드럽게 혀에 착착 감기면서 체면 차릴 새 없이 꿀떡꿀떡 넘어간다. 고향 어머니의 손맛인 곤드레 점심이 끝난다.
솔향기마을은 솔향기보다 진한 사람 향기가 있는 마을이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봄에는 산나물 캐기, 야생화 관찰, 여름에는 산림욕, 가을에는 사과 따기, 겨울에는 눈꽃축제, 눈썰매타기, 두부만들기 체험이 있다. 음식으로는 가마솥 나물밥, 솔잎 칼국수, 두부전, 감자전, 직접 담근 인삼 막걸리가 있다. 도시인들이 일상에서 지치고 상처 난 삶을 자연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솔향기마을에서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무척 인기가 있다.
◇고고한 섬 같은 선비정신 온몸에…문수면 무섬마을
솔향기마을이 농촌의 생활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라면 여기서 육십 리 길인 무섬마을은 조선의 선비정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마을이다. 무섬마을은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있다. 무섬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섬처럼 만들어 버린 물돌이 마을이다.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수도교를 건너면 들머리에 마을헌장이 있다. 내용에 "우리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예안 김씨) 양성은 우리 마을 향약을 굳건히 준수할 것이며, 이의 실현을 위해…(중략)… 헌장을 만들어 지킨다"로 되어 있다. 무섬마을에서는 전통적인 유교 윤리를 해치는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 가옥과 도덕, 생활의 밑바닥부터 정신의 극점까지 모두 우리 것, 유교식 생활이다.
마을길을 걷다 보면 잘 단장된 기와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경북 북부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인 'ㅁ' 자형의 집 40여 채는 고색완연하다. 오밀조밀한 초가집도 소박하고 아름답다. 만죽재를 비롯한 9개 가옥이 경북문화재자료 및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골목길을 걸어서 무섬 민속자료전시관으로 간다. 무섬의 역사와 자료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마을에는 이제 무섬마을을 넘어 영주의 명소가 된 무섬골동반(骨董飯)이라는 향토음식점도 있다. 향토음식 연구가인 강성숙 씨가 운영하는 전통골동반 음식점이다. 골동반(骨董飯)은 옛날 궁중에서 먹던 비빔밥이다. 시의전서에는 '비븹밥'이라고 적혀 있다.
무섬마을의 멋스러움은 강가로 나가면 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은모래 금모래 백사장에 널뛰기도 있다. 그 유명한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수도교가 놓이기 전에는 외나무다리를 건너야만 마을로 갈 수 있었다. 책보를 메고 학교 가는 아이, 장가가는 새신랑, 꽃가마 타고 시집오는 새색시, 저승 가는 상여도, 모두 이 다리를 건너야 했다. 그러다가 여름철 폭우에 다리가 떠내려가면 마을은 고립되고 섬에 갇힌 꼴이 된다. 강물 따라 은빛 모래밭이 곡선으로 이어져 하염없는 정감에 가슴 저민다. 다시 외나무다리 건너 무섬으로 간다. 발밑을 굽어본다. 센 물살에 눈이 아찔하나 무언가 묘미가 있다. 모 은행 광고에서 선보인 배우 손예진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은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백사장을 느릿느릿 걷는다. 오늘은 종일 우리의 시골과 문화 속을 걸었다. 저녁 물안개가 금빛 노을을 물고 몸을 뒤척이는 저 강을 따라 흘러가면 나의 미래를 바다에서 만날까.
글 김찬일(대구문학인트레킹회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 장익헌
※Tip
*영주 솔향기마을
내비게이션 주소: 경북 영주시 봉현면 대촌2리 773-3
예약 문의: 054)636-1331
음식체험: 054)636-3613
-2014년 전국 농촌 체험 휴양마을 평가 최우수 성공 마을 선정
*영주 무섬마을
내비게이션 주소: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 234번지 17-8(무섬마을)
안내: 054)631-2329 / 휴대폰 010-8924-2328
고택체험 숙박: 010-2521-2329
무섬골동반: 054)634-8000
인근 찾아볼 관광지
소백산, 부석사, 희방사, 소수서원, 초암사, 풍기인삼 시장, 풍기온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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