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 됐다. 해마다 산업재해로 9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으며,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은 무려 19조원에 달한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3년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사업장 197만7천여 곳에 종사하는 근로자 1천544만9천여 명 중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재해자가 9만1천824명 발생했다. 하루 평균 251명꼴이다. 여기에는 사망 1천929명까지 포함돼 있다.
산업재해에다 풍수해 등 자연재난,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환경오염사고 등 사회재난으로 인한 피해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사기 등 다양한 금융 관련 사고도 최근 잇따르고 있다. 안전의식 제고와 안전체계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기업경영에서 안전경영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됐다. 대구경북 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안전문화 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POSCO
포스코에는 독특한 '안전 인사'가 있다. 직급에 상관없이 먼저 보는 직원이 오른팔을 앞으로 뻗어 엄지손가락을 들며 '안전'이라고 선창하면 상대방이 같은 방식으로 '제일'을 외친다. '안전 제일'을 일상화하자는 바람이 담긴 인사인데, 간단해 보이지만 직원들에게는 매일 안전을 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글로벌안전보건그룹 김낙경(47) 리더는 "대형사고 발생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직원 스스로 안전을 강조하다 보면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안전은 회사 존립의 매우 중요한 요소여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초일류 기업은 안전에서 시작한다
포스코는 안전을 모든 정책에 앞서는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무재해 달성을 바라는 안전다짐대회를 비롯해 자기주도의 안전활동 확산, 안전철칙 준수 등의 프로젝트에 모든 임직원들의 적극 참여를 독려한다. '나의 안전이 곧 동료의 안전이고 나아가 회사와 나라의 경쟁력이 된다'는 안전과 경영의 '선순환 구조'를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게끔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돕는 것이다.
포스코의 안전정책은 철저한 규정 준수에서 시작한다. 특히 안전에 대한 취약점을 바라볼 수 있도록 사내 안전방재 분야 전문가가 직접 나서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크로스(Cross'교차)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매년 두 제철소의 동일 생산공정의 안전활동을 상호 점검한다. 그런 뒤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중대 재해를 유발하는 취약 요인을 제거하고, 부서별 맞춤형 개선안을 내놓는다.
안전방재 크로스 진단은 안전활동 분야와 방재 분야로 나뉘는데 과'공장장, 파트장 등 직책 보임자 인터뷰와 서류심사, 현장진단 등으로 진행된다.
안전활동 분야는 ▷위험성 평가 ▷안전보호구 및 안전기법 이행 정도 ▷안전행동 관찰 ▷공정안전관리(PSM) 이행 상태 점검 ▷안전작업허가서 준수와 TBM(Tool Box Meeting) 실시 여부 ▷ILS(Isolation Locking System) 운영 현황 ▷안전보호구 착용 상태 ▷안전장치 및 시설물 관리 등의 실행 정도를 평가한다. 방재 분야는 ▷비상대응조직 구성 ▷교육 현황 ▷취약개소 및 설비 등을 면밀히 살펴 재난관리체계를 잘 갖췄는지를 확인한다. 이 밖에 ▷가동 중인 설비 ▷추락 ▷낙하물 ▷가스 중독 및 질식 ▷크레인 등 주요 5대 위험 요인에 대한 집중 점검도 병행하고 있다.
◆안전교육은 모든 관계자가 대상
포스코는 매년 사내 사무직원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안전교육을 꾸준히 진행한다. 안전사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사무직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실제 지난 2월 포항제철소에서 호흡곤란증세를 보이던 한 직원이 쓰러지자 평소 안전교육을 열심히 받은 사무직원이 심폐소생술로 위기상황을 넘긴 일도 있었다.
기초안전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알기에, 포스코는 지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려 43차례나 관련 교육을 가졌다. 생활 속 안전 상식은 기본이고, 소화기 사용법, 화재 발생 시 대처 요령, 심폐소생술, 자동제세동기 사용법 등을 몸이 완벽하게 체득할 때까지 배움을 반복한다.
안전교육은 포스코 방문객들에게도 적용된다. 업무협의를 위한 방문객은 인터넷으로 사전 안전 테스트를 진행한다. 교통안전 등 제철소 내에서 지켜야 할 기본 안전수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조업이나 수리'공사'건설 등을 위해 현장을 찾은 이들은 매주 화'금요일 10대 안전철칙에 대한 교육을 거친다. 교육을 걸렀거나 수료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제철소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포스코 지역기업도 함께 안전
포스코는 포항 내 다른 기업들의 안전경영을 위해 회사에서 개발한 다양한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전수한다. 포스코 안전보건사업국은 전담팀을 구성해 안전보건 경영체계 진단 및 컨설팅 시스템(PSRS)을 원하는 출자사와 외주 협력사, 포항'광양지역 기업들에 전해준다.
PSRS는 조직 단위별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해 우수한 부분은 더 발전시키고, 미흡한 부분은 맞춤형 발전안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사내 대표 안전진단 시스템이다. 이를 적용하면 기존 고가의 안전진단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데다 장기적인 안전관리 전략 수립도 가능하다.
◆안전전문가 양성학교 운영으로 안전 강화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현장 안전관리의 핵심이 되는 안전파트장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전문가 양성학교'를 운영한다. 제철소 안전관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해 9월 도입한 것으로, 매년 두 차례 제철소 안전파트장 전원을 대상으로 심화교육을 열고 있다.
교육내용은 ▷안전리더십 등 사내 안전 전문교육 ▷솔선수범 안전 캠페인 참여 및 경영층 특강 ▷사외 전문강사 초청강연 등이다. 특히 올해는 다른 회사의 안전관리 우수사례 체험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도입돼 교육 내실이 한층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전방재부는 안전보건공단'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안전 분야 사외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한편 교육 수료 후에도 별도의 테스트를 통해 입과생들이 최고의 안전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김학동 포항제철소장은 "다양한 안전활동이 제철소 현장 곳곳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안전파트장"이라며"앞으로는 외주 파트너사 안전관리자들도 양성학교 교육을 통해 한층 향상된 전문 안전지식을 갖춰나가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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