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한 변신 경북의 쌀] ③<끝> 복 나누는 '막걸리' -문경새재양조장 '만복탁배기\

경북 쌀로만 100% 빚어…영순 친환경쌀 매년 200t 소비

4대째 가업으로 막걸리를 빚고 있는 문경새재양조장의 이복만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100년 전 막걸리 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도현 기자
4대째 가업으로 막걸리를 빚고 있는 문경새재양조장의 이복만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100년 전 막걸리 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도현 기자
직원들이 막걸리 제조에 여념이 없다. 100% 친환경쌀로 만든 만복탁배기는 막걸리 찌꺼기도 많이 나온다.
직원들이 막걸리 제조에 여념이 없다. 100% 친환경쌀로 만든 만복탁배기는 막걸리 찌꺼기도 많이 나온다.

고종황제 시절부터 지금까지 100여 년간 문경 사람들로부터 변치않는 사랑을 받는 생막걸리가 있다. 이 생막걸리 또한 100여 년간 변치않는 정성과 맛으로 지역민들에게 보답하고 있다. 바로 문경새재양조장(대표 이복만)이 생산하는 '만복탁배기'다.

원래는 '점촌탁주'란 이름으로 생산됐지만 이복만(55) 대표의 이름을 따 2010년부터 만복탁배기로 변신했다. 이름을 바꿔도 문경에서 만복탁배기는 어린아이들도 알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100여 년 전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경북 쌀로만 100% 빚는다. 영순 친환경쌀을 매년 200t 이상 사용해 경북 농업인들에게 효자인 문경새재양조장. 경상북도는 이곳을 지난해 10월 향토뿌리기업으로 선정했다.

◆4대째 달인이 만드는 막걸리

'만복탁배기'는 국내에서 드물게 4대째 가업으로 내려온다. 놀라울 정도로 특이한 맛이 남녀, 청'장년층, 신세대를 총망라해 폭넓게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것.

대표 이복만 씨의 증조부인 이영환, 조부 규선, 부친 종욱 씨 모두 막걸리의 달인이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막걸리 제조 비법으로 최상의 탁배기 맛을 내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해 경북도는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추천했다. 이 대표가 만약 명인이 되면 전국에서 최초로 막걸리 부문 식품명인이 되는 것이다.

만복탁배기에 대한 이 대표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는 오전 3시 30분이 가장 발효가 잘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매일 이때쯤 양조장에 나온다고 했다.

이 대표는 "탁배기 가문의 명성을 걸고 하는 일이다. 한 치의 오차나 어설픔이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만복탁배기는 현재 대구, 구미, 경남 거창 등 전국 6곳에 대리점도 내고 있다.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지금의 최신설비를 갖추게 됐으며, 직원 5명과 부인까지 나서도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사업이 잘된다고 했다.

◆누드 술병

대개는 막걸리 병이 불투명한 병인데 만복탁배기는 투명한 '누드 술병'이다. 이물질이 하나도 없는 만복탁배기를 직접 소비자들에게 증명하기 위해서다.

맛있는 막걸리라는 풍문을 듣고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납품 요청을 했지만 응할 수가 없다. 이 대표는 "공장이 작고 인력이 부족해 물량을 맞추기 어려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막걸리 연구에 매진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을 추가 개발하는 등 품종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순쌀과 겨우살이, 느릅나무, 감초 등의 약재를 이용, 보름간 숙성시키고 걸러서 만든 연갈색의 만복 생건배주도 만복탁배기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오미자주산지 문경에서 생산되는 오미자 진액을 이용한 '만복오미자 생동동주'도 인기몰이 중이다. 문경새재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이들 세 가지 제품은 각기 다른 공정으로 별도 생산된다.

청결한 위생과 안전한 작업환경을 인정받아 문경새재양조장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선정하는 '클린사업장'이기도 하다.

◆맛의 비결은?

만복탁배기의 매력과 맛의 비결은 100년 가업을 잇는 '가문의 비법'이라고 이 대표는 자랑했다. 황토발효실도 술 맛을 좋게 해주는 요인이다. 살아있는 생효모를 사용해 병 안에서 발효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비결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가장 중요한 비법은 친환경쌀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값은 비싸지만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사항이 친환경쌀로 막걸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또 화학재료가 아닌 생효모로 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요즘 술 찌꺼기가 나오는 막걸리 공장을 찾아보기 드물지만 문경새재양조장은 여전히 술 찌꺼기를 만들고 쌀을 찌고 있다.

이 대표는 "막걸리만큼 쌀이 많이 들어가는 가공품은 없다"면서 "막걸리 산업이 발전하면 당연히 쌀 소비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쌀수입 개방 대처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쌀시장 개방 압박을 받고 있는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 쌀이 주원료인 막걸리 산업을 키우면 된다는 얘기로 들렸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문경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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