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계에 불어닥친 '쿡방'(음식 및 요리 관련 방송) 열풍에 힘입어 '새로운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은 셰프 최현석과 정창욱, tvN '삼시세끼-어촌 편'에서 요리 실력을 과시했던 배우 차승원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리고 또 한 명. 각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 시청률을 견인하며 방송계를 휘젓고 있는 인물이 있다. 연기자 소유진의 남편이자 '더 본 코리아' 등의 프랜차이즈로 요식업계의 스타 CEO로 불리는 백종원이다. 요식업계를 주름잡던 유능한 사업가 겸 요리사가 방송까지 장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집밥 백선생' 등 프로그램 인기 견인차 역할
백종원은 이미 새마을식당과 홍콩반점 등의 프랜차이즈로 요식업계 스타 CEO로 알려진 유명인이다. 이어 소유진과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차례 화제몰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꽤 많은 프랜차이즈의 '주인장'이라고 해서 그가 방송계의 스타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결혼 소식이 알려진 당시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때에도 그저 MC들의 질문에 어눌하게 답하는 수준에 그치는 등 예능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보다 앞서 2010년 SBS 예능 프로그램 '진짜 한국의 맛'에 출연해 이색적인 레시피를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지만, 당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호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백종원 역시 방송계에서 위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백종원의 방송활동에 활로를 열어준 건 천천히 가열된 '먹방' 및 '쿡방' 열기. 이어 JTBC '냉장고를 부탁해'로 본격적인 '쿡방' 전성시대가 열리고 올리브 TV '테이스티 로드' 등 음식 소재 프로그램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백종원도 방송계의 본격적인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최현석에 이어 맹기용 등 젊고 스타성을 갖춘 셰프들, 여기에 중식당의 실력파 이연복까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각 방송사의 '쿡방' 관계자들이 대항마를 찾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 자연스레 백종원이 가세하게 됐다.
백종원의 투입으로 효과를 본 첫 번째 프로그램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체중 조절로 감량까지 하고 이전에 비해 날씬해진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백종원은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며 '1인 방송'이란 취지에 적합한 애드리브와 함께 다양한 레시피로 요리 솜씨를 과시했다. MC의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하고, 또 예능인들 사이에서 끼어들 틈새를 찾지 못하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일단, 주방이란 확실한 '놀이터'를 던져주고 그 안에서 마음껏 놀아보라고 하니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주방에서 살다시피 하며 각종 메뉴를 개발하고 기업을 이끌었던 사람이니 그곳만큼 자연스러운 공간이 또 어디 있을까. 여러 출연자들의 '1인 방송'을 동시에 보여주며 가장 인기 많은 '1인'을 선정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종원은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후 방송계에서 백종원의 행보는 tvN '집밥 백선생'으로 이어졌다. 아예 백종원을 타이틀롤로 내걸고 만든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이 요리 문외한에 속하는, 또는 약간의 소질을 가지고 있는 연예인들에게 음식 만드는 방식을 가르쳐주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구라와 박정철, 손호준이 '제자'로 함께한다. 김구라와 같은 MC가 백종원의 존재감을 위협하지만, 그럼에도 백종원의 위치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김구라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 경쟁하며 '스승과 제자'가 아닌 방송 내에서 서로 돋보이기 위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재미를 준다. 김구라가 아닌 백종원에게 '메인'의 자리를 내준 제작진의 선택은 현명했다. 백종원은 자신이 '메인'이기 때문에 김구라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시시각각 되찾으려 틈새 공략의 기회를 엿본다. 그리고 요리가 시작되면 확실하게 현장 분위기를 장악한다. 능글능글한 입담까지 더해가며 보는 재미를 높인다. 묘한 시너지 효과에 시청자들은 즐겁다.
올리브 TV와 tvN이 3년째 선보이고 있는 시즌제 프로그램 '한식대첩'도 올해는 출연자 덕을 톡톡히 보게 됐다. 시즌1부터 프로그램의 중심에 선 요리연구가 심영순 외 시즌2에서 함께한 후 올해 시즌3에 고스란히 합류한 최현석과 백종원이 '스타'가 됐기 때문이다. '허세프'라는 별명까지 얻은 최현석에,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오른 백종원의 존재감에 프로그램에 대한 인지도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잠재된 사업 수완 발휘, 요식업계 미다스의 손
백종원은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통해 요식업계 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1989년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뒤 1993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쌈밥 집을 시작으로 1994년 '더본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더본코리아'에 기반을 두고 만든 새마을식당, 백종원의 원조 쌈밥집, 한신포차, 홍콩반점, 역전우동 등의 브랜드 음식점 및 주점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승승장구해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더본코리아'만 20여 개 브랜드에 300여 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백종원은 '더본차이나'와 '더본아메리카' '더본재팬'을 추가로 설립해 해외까지 공략하고 있다. 특히 백종원의 브랜드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서울시내 요지에 위치한 '잘나가는 식당'을 꼽아보면, 그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음식점 중 하나가 백종원의 브랜드 안에서 파생된 음식점으로 드러날 만큼 그 숫자가 많고 수익성 역시 탁월하다. 심지어 강남구 논현동의 한 지역에는 '더본코리아 타운'이라 불리는 곳도 있다. '더본코리아'에서 파생된, 20여 개에 달하는 음식점들이 들어선 장소이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브랜드가 호평받는 건 대중의 입맛을 만족시켜줄 뿐 아니라 호기심까지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새마을식당의 히트 메뉴 '7분 돼지김치'. 김치찌개의 일종인데 여기에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추가해 직접 잘라주고, '7분 동안 익혀야 한다'는 '재미'를 추가해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심지어 '7분'에 맞춰진 타이머까지 동원해 '집중력'까지 높인다. 짬뽕 전문 체인 홍콩반점을 오픈하고 대패 삼겹살을 대중화시키는 등 상상력 넘치는 기발한 메뉴로 손님들의 기호를 맞추는 데 성공했다. '맛'을 기본으로 하되 아이디어를 살려 메뉴와 식당 전체를 돋보이게 만드는 전략이다. 고급스럽게, 또는 거창하게 포장된 메뉴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상 속의 음식들로 승부를 건다는 것 역시 백종원만의 차별화된 공략법이다. 한식에 기반을 둔 메뉴들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야심 찬 외식 사업가다.
백종원의 음식에 대한 열정과 사업 수완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 드러났다. 대학생 시절부터 요리에 빠져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고, 입대해 학사장교로 근무할 때는 간부식당 관리를 맡은 부사관과 보직을 바꿔 생활하기도 했다. 간부식당 메뉴를 자체 개발해 고위 간부들의 칭찬을 들으며 지냈다.
과거 백종원은 TV에 자주 모습을 보인 이유로 "해외파 셰프들뿐 아니라 된장찌개나 짬뽕 하나를 잘 만들어도 TV에 나오고 성공한 외식 사업가로 부각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고 그 이상의 위치까지 올라갔다. 성공한 외식 사업가뿐 아니라 방송인들까지 위협하는 존재가 됐으니까.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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