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대구가 도약하려면 바이오섬유·무인차 등 미래산업 육성해야"

▷1956년 대구시 남구 대봉동(현 이천동) 출생 ▷대봉초
▷1956년 대구시 남구 대봉동(현 이천동) 출생 ▷대봉초'대구중'경북고'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밴드빌터대 경제학 석사 ▷행정고시 23회 ▷북대구세무서 총무과장'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국무총리실 재정경제심의관'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제국장'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 ▷청와대 경제비서실 행정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 ▷서울대 경영학과 초빙교수 ▷(현)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권혁세(59) 전 금융감독원장.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 국세청'재무부'재정경제부'국무총리실'금융감독위원회'청와대 등을 두루 거친 금융'세제 분야 정통 관료 출신이다. 늙어가는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치유책을 설파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금리와 부동산 등 단기 부양책과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중장기 경제 활성화 대책, 대구의 미래 먹거리산업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현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나.

▶내수 침체와 수출 경쟁력 약화를 겪고 있다. 디플레이션 쪽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저금리, 저성장으로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경제를 닮아가고 있다.

-경기가 나빠진 요인은.

▶수출기업은 엔화 절하, 원화 강세로 경쟁력이 뒤떨어졌다.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내수다. 저출산, 고령화가 핵심이다. 가계부채 증가로 소비여력이 떨어지고, 저금리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저금리로 금융자산 소득이 반 토막 났다. 개인 금융자산은 모두 2천500조원이고, 가계부채(중소기업 포함)는 1천100조원이다. 저금리로 가계부채의 이자비용이 줄게 됐지만, 금융자산 수익이 더 떨어졌다는 게 문제다.

-미국, 일본도 저금리인데, 우리와 상황이 다르지 않나.

▶선진국들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금융자산 소득이 줄지 않는다. 규모가 크고,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선진국의 자산 운용 범위와 능력이 우리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연금 수익률은 한때 8% 정도까지 갔으나 지금은 4%대다. 우리는 연금 등을 국내 채권 매입에 주로 쓰지만, 미국은 전 세계에서 포트폴리오(주식의 분산투자 방식)를 운용하고 있다.

-향후 경기 전망은.

▶출산율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2017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임금을 받는 사람이 줄고, 연금으로 사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인 구매력 저하로 내수 침체 장기화가 우려된다.

-박근혜정부의 단기 부양책을 어떻게 보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 단기 부양책은 불가피하다. 최경환 경제팀이 소비 촉진과 가계부채 경감을 위해 금리를 낮췄지만, 인하 효과가 거의 없다. 외국은 금리가 떨어지면 주식시장이 올라가고, 주택시장 활성화로 돈이 돈다. 또 해외로 가서 상당한 수익을 낸다. 중산층 이상이 해외투자, 주식투자에 돈을 써야 한다.

-현 정부의 4대 분야 구조 개혁 방향은

▶박근혜정부 2년 차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는 중기 대책이 나왔다. 취임과 동시에 이 같은 정책이 나왔어야 했지만, 세월호 여파로 제대로 된 정책을 펴지 못했다. 경제혁신 방향은 맞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특히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분야 구조 개혁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한다면 큰 성과다.

-구조 개혁이 잘 되지 않은 이유는.

▶사회 갈등구조와 정치 후진성 때문이다. 정치가 사회분열과 갈등의 근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이지만 모든 입법 권한은 국회에 있고, 여야는 극한 대치만 하고 있다. 일본은 의원내각제이지만 선거에서 힘을 모아주니, 아베가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평가한다면.

▶노무현정부는 집권 후반기에 '(국가)비전 2030'이란 초장기 대책을 내놓았는데, 잘 만들었다. 하지만 MB정부 들어 모두 뭉개버렸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하경제 양성화, 복지정책 등 노무현정부와 유사한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무현정부가 거대 프로젝트에 따른 재원을 고민했듯이 박근혜정부도 증세 없는 재정계획만 내세워 비판받고 있다. 세수는 줄고, 재정적자는 쌓이는 상황에서 중산층 몰래 세수 구조에 손을 대다 2차례나 난리가 났다.

-경기 회복의 돌파구는.

▶민간 투자와 소비가 잠재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리를 내렸는데도, 동맥경화로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족쇄가 다 채워져 있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비롯해 재원 충당 계획을 담은 중장기 경제대책이 필요하다.

-공직에 몸담으면서 보람 있었던 때는.

▶금융 개혁, 에너지세제 개편, 로또복권 도입 등이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청와대에서 기업'금융 개혁을 담당했다. 대우사태 처리 등 기업과 금융 개혁을 통해 외환위기 조기 극복에 일조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재정경제부 세제실 재산소비세국장 당시 화물연대와 협상하면서 비효율이 심한 경유와 LPG 가격을 현실화하는 등 에너지세제 개편을 타결시켰다. 금융감독원장 시절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한 것도 보람이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기업, 정부, 가계 등이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다. 그동안 단기 고도성장시대를 살아왔다. 그 부작용이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여태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 저출산 시대에 왔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길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 국회, 기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30년 넘게 국가의 녹을 먹으며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개인적인 편안한 삶보다는 책도 쓰고 경제 활성화 방향도 제시하고 싶다. 직접 나서서 좋은 제도를 만드는 등 행동으로 뭔가를 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특히 고향 대구의 활기가 너무 떨어져 있다. 경쟁력 있는 미래산업에 집중해 10년 후에는 대구가 살기 좋은 미래산업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사진'이성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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