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다가오고 있긴 하나 보다. 여의도에선 자리를 두고, 지역에서는 표심을 두고 선량이 되려는 이들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여의도 정가 얘기부터 해보자. 나는 살아야겠다며 스펙 쌓기에 열 내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에서 조바심을 엿본다. 시당 위원장, 도당 위원장 얘기다.
총선 한 해 전엔 의례적으로 서로 시'도당 위원장을 하려고 경쟁이 치열해진다. 심하면 이전투구까지 벌어진다. 선거 전 중앙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추위)가 꾸려지면 각 지역에서도 같은 위원회를 꾸린다. 시'도당 위원장은 당연직으로 각 지역 공추위 위원장이 돼 왔다. 이 자리는 공천 돌아가는 사정을 가장 빨리, 적확하게 알 수 있다.
대구 국회의원들은 조원진 국회의원을 시당 위원장으로 합의추대하는 것을 껄끄러워했다.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 때 어느 의원은 조 의원을 밀었고, 누구는 밀지 않았다는 소문이 났다. 혹여나 조 위원장이 나쁜 마음을 품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도당 위원장을 두고서는 경북의 두 재선 의원이 기 싸움을 하고 있다. 서로 자기 차례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표를 가진 나머지 경북 의원들은 누굴 확실하게 밀겠다는 소리를 못한다. 혹여나 밀지 않은 의원이 도당 위원장이 돼 그 칼이 자기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시'도당 위원장을 하겠다는 의원이 없었다는 데 있다. 밥만 사고, 힘을 쓸 기회가 없는 때에는 나 몰라라 하던 자리를 꼭 이맘때가 되면 서로 하겠다고 난리니 "저분들이 과연 국민을 위해, 주민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겠다는 사람이 맞나" 하는 따가운 목소리를 듣게 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그렇다. 새누리당 주호영 국회의원이 나섰다가 김재경 국회의원에게 양보했다. 당에서는 통 큰 양보라며 박수를 받았지만 글쎄, 대구경북에선 내년 예산에 큰 힘을 쓸 자리 하나를 잃은 셈이다. 주 의원이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년 총선에서 도전자가 속속 등장하는 대구경북에선 현역 의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상주하다시피 하며 지역구를 관리하거나 의원실 보좌진을 급파해 유권자 보듬기에 나서고 있다. 보좌진은 의원의 의정 활동을 돕는 정책특사인데 총선일까지 선거운동원 역할을 하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이런 모습은 바로 국회의원 자신의 모습이다. 평소 지역구 관리를 잘하고, 성실한 의정 활동을 한 국회의원이라면 무엇이 두려우랴. 내년 총선에서 내려질 심판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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