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대구에서 개최된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반쪽짜리가 될 위기에 처했다. 국민안전처가 소방을 포함해 안전분야를 아우르는 대규모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사고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안전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대구시와 소방방재청이 2004년부터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하고 있다.
지난 11년간 박람회는 성장을 거듭해 국제전시협회(UFI) 인증을 받았고 소방산업 관련 박람회 중 세계 5대 박람회가 됐다. 12회째를 맞는 올해는 이달 13~15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돼 국내외 275개 업체, 전국 소방관서 1천여 명 구매당담자, 300여 명의 해외 바이어가 다녀갔다. 박람회는 내수와 수출을 합해 6천억원에 가까운 상담 성과를 올리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분야에서 대구시의 소방박람회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매년 규모가 성장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고 세계 3대 소방 관련 박람회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박람회의 영향력이 오히려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부처가 '안전산업박람회'를 추진하면서다.
국민안전처는 11월 26~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소방과 해양, 방재 등 안전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현재 참가 업체의 신청을 받고 있다. 일종의 안전분야 통합 박람회인 셈이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안전박람회가 치러지면 대구에서 열리는 소방안전박람회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람회에 참여하는 국내 업체 중 절반 이상(192개 중 114개)을 차지하는 서울경기지역 업체들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고, 해외 바이어들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대구의 소방박람회가 국민안전처의 박람회로 흡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국민안전처는 이런 우려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안전분야를 통합하는 박람회이다 보니 당연히 소방도 다뤄진다. 다만 대구의 소방안전박람회의 경우 소방분야 전문 박람회만의 특색과 스토리가 있는 만큼 수직통합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구시 관계자는 "소방안전박람회는 아픔 속에서 성장했다. 중앙부처 박람회로 흡수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국민안전처에서 안전분야를 아우르는 박람회 얘기가 나올 때 대구에서 개최하자는 의사도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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