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순수 단백질

하얀 소파를 샀다. 외출복을 갈아입고 자리에 앉을 때마다 혹여나 때가 타면 어쩌나 걱정이 든다. 캔버스의 하얀 백지는 모든 색깔을 수용하지만 우리는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함 같은 백색의 순수와 마주할 때 조심성을 잃지 않는다.

색채가 인간에게 주는 유익함은 말할 수 없이 방대하다. 매일 눈을 뜨면 접하는 생활 속의 다양한 색깔들.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긴 것은 많은 색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상과 각종 화장품. 심지어 생활 소품들까지 여성은 색의 규제에서 매우 자유로운 편이다. 이에 반해 피카소가 청색의 시대에서, 고흐가 노란 방 창가 너머로 꽃피운 해바라기에서, 뭉크가 붉은 하늘 아래 절규에서 보여준 색채 치유적 요소는 슬픔으로부터 발버둥치려는 인간의 안락함에 대한 성역이자 지극히 고유한 본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색의 3대 요소는 빨강, 노랑, 파랑이고 이 세 가지 색의 합은 검정이다. 빛의 삼원색은 빨강, 초록, 파랑이고 이 세 가지 색의 합은 하얀색이다. 어둠은 더할수록 어둡고 빛은 더할수록 밝은 진리가 아니겠는가.

어느 날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에 대해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친구가 묻는다. 인터넷 서핑을 하던 도중 눈에 들어오는 글귀를 발견했다. 외로움은 외적인 요소이고, 고독은 자기 내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외로움은 주위 사람들과 단절됨을 느꼈을 때 마주하는 것이고, 고독은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홀로 느끼는 내면적인 감정이란 것이다. 술 한잔 기분 좋게 마시고 집에 돌아오자 불현듯 밀려오는 그 감정, 고독은 작가에게 밀알 같은 양식이란 말도 있지만 인간이 사는 동안 누구나 일정 부분 고독을 감내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불변의 법칙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외롭게 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라는 것은 함께하는 것이고 어떻게 마음을 나눌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것이 삶이고 곧 인생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것이다. 집시들은 결혼할 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떠나겠다"는 서약을 부족의 연장자 앞에서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맹세를 한다. 얼마나 현실적인가. 함께 사는 동안 사랑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그것은 또한 사랑의 다른 얼굴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할 수 있는 당신은 적어도 인간으로서 순수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지안/뮤지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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