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영어로 'civil servant'라고 칭하기도 한다. 공무원들은 시민의 세금으로 시민들의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의 눈과 귀는 항상 시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들은 정책의 수요자인 시민의 욕구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할까?
수많은 공무원이 '시민의 충복'이라는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 밤낮으로 분주하게 일하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오히려 최고의 권력자로 '시민 위에' 군림하기도 해 공무원들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일도 빈번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기반이 무너지고 경기가 부침을 거듭하면서 변변한 기업들이 자취를 감춘 대구에서는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업'이 바로 '대구시'라는 지방자치단체가 됐다. 여느 기업보다 막강한 자본력(세금)을 바탕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울트라 갑 중의 갑'이 된 것이다.
사실 공무원이라는 자리는 어쩔 수 없이 '갑'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머릿속에 담긴 생각은 그대로 정책이 되어 실행되면서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문제다. 현재 대구시의 행정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독단적'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과정이나 전문가 의견 수렴 따위는 생략되고, 간혹 열리는 세미나 혹은 토론회 등의 절차 역시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흔하다.
여기에다 막강한 정책 결정권을 가진 공무원들에게 접근해 적은 예산의 사업 하나라도 따내려 혈안인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고위 공무원에게 입안의 혀처럼 감겨들어 달콤한 말들로 그럴듯하게 사업을 포장하고, 장밋빛 전망을 제공하면 몇 천만원에서 수억짜리 사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정도다.
문화계만 따져도 이런 방만한 예산 운영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누구와의 친분으로 한번 '페스티벌' 혹은 '축제' 등의 사업 명목으로 예산에 반영되면 별다른 사고가 없는 한 이 예산은 계속 유지된다. 이렇게 사용되는 예산이 수십억원이고, 고위 공무원들은 마치 '시혜'를 베풀듯 돈을 푼다.
이제 축제의 계절인 5월도 막바지다. 특히 5월 초 열렸던 컬러풀 페스티벌은 대구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축제 연계조정의 첫 번째 무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공무원들은 스스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자축 파티까지 열었다. 그러나 정말 성공적이었는가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글쎄요'다. 컬러풀 축제의 한 파트를 맡았던 문화계 인사는 "공무원이 축제를 행정의 액세서리쯤으로 생각하는 마인드를 바꾸지 않고서는 모든 축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뼈아픈 쓴소리를 내뱉었다.
십수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쓰인 축제였지만 이 중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특정 몇몇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기획단은 아예 그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무성했다. 일부 축제 아이템은 표를 의식한 '선심성'이 되다 보니 당초 기획 취지에서 벗어나 상인들의 요구에 끌려갔다는 뒷말도 불거졌다.
그런데도 대구시 공무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자화자찬에 바빴으며, 심지어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추적하며 뒤를 캐는 '신 공포정치'까지 선보였다. 가장 큰 자본력을 갖춘 사업체인 대구시에서 작은 일거리라도 하나 따내야 하는 배고픈 문화계 현실에서, 이런 공무원들의 태도는 문화계 인사들에게 '공포'로 밀려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는 민선 6기 권영진 대구시장이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하지만 수요자인 시민의 욕구를 생각하지 않은 편협한 정책 공급과, 귀를 막고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는 행정 방식으로 어떻게 시민이 행복한 대구를 만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진정 '오로지 시민행복 대구'를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의견에 귀 기울이는 열린 마인드의 공무원 풍토부터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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