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으로 돌면서 난간을 잡는가 싶더니 갑자기 무릎이 꺾이며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가 지휘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끝내고 몇 번에 걸친 관객의 앙코르에 우리말로 또박또박 '사랑의 인사'라고 하면서 곡을 시작한 지 1분도 채 안 됐을 때였다. 갑작스런 광경에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소 먼 2층에 있었고, 워낙 환하게 웃으며 박수에 여러 차례 답례한 터라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보였다.
연주하던 단원들도 모두 놀라고, 많은 사람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의사가 안 계시냐'는 소리가 나오면서 실제 상황이 됐다. 누군가가 심폐소생술을 했고, 여러 사람이 도왔다. 잠깐 정신 차리는 모습이 보이자 아직 퇴장하지 않았던 수백 명의 관객은 손뼉을 쳤지만, 다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2층에서 뛰어내려 갔던 강민구 KMG내과원장은 "직접 보니 심근경색으로 심장이 거의 뛰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조금만 늦었어도 큰 일 날뻔했다"고 전했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은 격정과 침잠이 잦다. 특히 4악장의 피날레 부분은 지휘자가 마치 자신의 기량을 다 쏟아붓듯이 큰 액션과 함께 격정적으로 지휘한다. 코바체프도 그랬다. 평소와 달리 조금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전 악장에서 격정적이었다. 이날 공연은 3주 전에 매진됐다. 유례없이 그 다음 날 똑같은 레퍼토리로 준비한 앙코르공연까지도 매진됐다. 이는 팬들이 코바체프의 이러한 열정을 잘 알고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런 후유증 없이 완벽하게 전과 같이 회복할 것이라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난 뒤의 이야기지만, 앙코르를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 일 날뻔했다. 무대 뒤나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가정하면 정말 끔찍하다. 사실 코바체프는 지난해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뒤, 앙코르곡을 연주하지 않겠다고 했다.
앙코르곡은 짧고, 강렬하면서도 잘 알려진 곡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코바체프의 이야기는 많은 관객이 주 레퍼토리인 교향곡이나 협주곡에 대한 여운과 감동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돼 앙코르곡을 기억하며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고, 이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며 코바체프에게 앞으로는 꼭 앙코르곡을 연주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다른 팬들과 마찬가지로 코바체프의 음악을 오래오래 듣기를 바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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