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따라 강변에 집을 산 사람은 부동산 재벌이 됐고, 기찻길 옆 오막살이는 로또에 당첨돼야 살 수 있다."
지역 부동산 시장에 요즘 회자되는 말이다. 주거 트렌드가 변하고 도심 땅까지 동나면서 철길 주변 등 주거 기피지역으로 통했던 곳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뀌고 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인기
올해 초 대구 아파트 분양 시장을 발칵 뒤집은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말 분양한 대구역 유림노르웨이숲 아파트에서 한 명이 10채나 당첨되는 행운(?)을 안은 것이다. 이 단지는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했다. 당시 이 아파트는 한 채당 웃돈만 4천만원 정도 붙었다. 하지만 본지가 청약대포통장을 이용한 불법 청약이라 의혹을 제기했고 수개월의 경찰조사 끝에 행운의 사나이는 철창행을 면치 못했다. 바로 이 단지가 경부선 철로변 아파트다.
최근 분양한 동대구 반도 유보라 단지 역시 철로 옆 입지지만 분양 열기는 뜨거웠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만 10만6천여 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273대 1, 최고 584대 1(84A형)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분양 전문가들은 "과거 주거 기피 지역이었던 철로변 아파트가 창호, 벽체 등의 방음 기술력이 높아짐에 따라 분양 저해 요소 비중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강변 아파트도 흥행
'엄마야 누나야'는 김소월의 시다. 엄마 누나를 따라 강변에 산 '꼬마'는 지금쯤 부동산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을 것이란 게 지역 부동산 업계의 재밌는 해석이다.
조망권은 아파트값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한강을 꼽을 수 있는데 한강 조망 유무에 따라 한 지역 아파트라도 가격 차가 수천만원에 이른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소재 두 아파트는 입지나 면적 등이 비슷하지만 한강 조망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강촌아파트(1997년 12월 입주) 전용 114㎡의 올 1분기 실거래가는 9억6천만원(14층). 반면 같은 면적이지만 한강 조망이 힘든 이촌코오롱아파트(1999년 11월 입주)의 실거래가는 9억2천만원(10층)이다. 한강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집값 차이가 4천만원 정도 난 것.
대구 역시 신천강변 아파트가 비슷한 입주 단지들과 비교할 때 1천만~2천만원가량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다. 이른바 '에코 프리미엄'이다. 구미에서 올해 초 분양한 강변코오롱하늘채도 강변 덕을 톡톡히 봤다. 낙동강변에 자리 잡은 이 단지는 최근 1년간 구미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의 청약 기록을 갈아치웠다. 75형이 1순위 4.7대 1로 최고청약률을 기록했고, 69A형 2.42대 1, 70형 1.32대 1로 1순위 청약마감됐다. 견본주택을 연 뒤 3일간 2만여 명이 몰렸다.
대구경북 부동산마케팅협회 김대엽 회장은 "힐링과 에코가 아파트 대세로 떠오르면서 강변 아파트의 불패 신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에도 자연을 입은 아파트는 수요층이 두터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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