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OO엄마 층간소음 신경 써주세요" 자극적인 말 대신 '소원우체통'

금오어울림아파트 '소원우체통' 설치…메시지 적어 보내면 산타가 고충 전달

칠곡군 석적읍 금호어울림아파트에는 특별한 우체통이 있다. 이웃과 소통'공감의 장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소원우체통'(사진)이다.

층간소음 다툼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아파트 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해결사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원우체통은 본래 금호어울림아파트 주민들이 인문학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각자의 소원을 적어 넣으면 들어주는 신기한 우체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설치됐다.

금호어울림아파트는 구미시와 인접한 입지 특성상 젊은 사람들과 맞벌이 부부가 전 가구(579)의 절반 이상을 차지, 이웃 간 왕래나 공동체 의식이 다른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어른들께는 손편지의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부모세대의 정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웃 간 벽을 허물기 위해 '산타마을 소원우체국'을 운영하기로 뜻을 모으고, 최근 소원우체통을 설치했다.

산타마을 소원우체국은 아파트 주민들이 운영진을 구성하고, 우체국원과 마을산타를 선정해 운영한다. 주민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나,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 소원우체통에 넣으면 우체국원이 편지를 편지함 벽에 붙여 산타에게 알리고, 마을산타는 편지내용을 확인한 후 답장이나 기타 응답활동을 통해 소원을 들어주는 형태로 진행하게 된다.

'위층의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에 아기가 깜짝깜짝 놀라요. 조금만 신경 써주세요. ○○○호 ○○엄마'라고 편지를 써넣으면 내용을 확인한 마을산타가 해당 위층을 방문해 아래층의 고충을 전달하고 답장이나 양보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현재 발생하는 아파트 주민끼리의 대형 분쟁사고 대부분이 당사자가 직접 대면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미뤄, 소원우체통은 제3자를 통한 갈등해결의 수단으로 손색이 없을 전망이다.

이 아파트 김남숙 이장은 "산타마을 소원우체국과 소원우체통은 이웃 간 벽을 허무는 금호어울림아파트만의 랜드마크다. 소원우체통을 통해 갈등 없는 아파트, 주민들이 더 행복하고 활기찬 마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소원우체통은 칠곡군 인문학의 목표인 소통'공감'화합의 의미를 가장 완벽하게 담고 있다"고 했다.

칠곡 이영욱 기자 hell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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