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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너도나도 '치킨집'…가계부채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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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대비 없이 자영업 경쟁, 낮은 수익률 자금 탕진 악순환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6'여) 씨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지 고민이다. 월매출도 줄어든데다 임대료'대출이자'인건비'재료비'카드수수료 등을 빼면 남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박 씨는 "보증금과 인테리어, 자재비까지 따지면 투자금이 1억원이 넘는데 헐값으로 가게를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특히 메르스 사태 이후 손님의 발길이 끊기다 보니 가게 문을 닫고 싶다"고 했다.

자영업의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자영업 부진이 이어지면 '1천100조원대 가계부채 폭탄'을 터뜨릴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 수는 546만3천 명으로, 1년 전(551만2천 명)에 비해 4만9천 명 줄었다. 2012년 554만8천 명에 이르던 자영업자는 이후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1분기에는 자영업자가 5만 명 가까이 대폭 줄어들었다.

자영업자 경쟁도 심각하다. 산업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인구 1천 명당 도소매업 사업체 수는 일본 11.0개, 미국 4.7개, 영국 7.8개, 독일 9.3개인데 비해 한국은 무려 18.8개다. 음식숙박업도 인구 1천 명당 13.5개로 일본(5.6개), 미국(2.1개), 영국(2.7개)보다 훨씬 많다. 출혈경쟁이 일다 보니 수익률이 낮고 따라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생기는 구조다.

자영업 구조조정 속에도 충분한 노후 대비를 못 한 은퇴층이 별다른 대안도 없이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창업-폐업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문제는 은퇴층의 자영업 비중 확대가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을 보유한 50대 이상 연령층의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의 핵심을 이루고 있고, 이들이 대출금을 자영업 사업자금이나 생계비로 지출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 43조5천억원 중 주택구입 용도로 쓰인 대출규모는 22조1천억원으로 전체의 50.9% 수준에 그쳤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자 가운데 50대 이상의 비중(지난해 3월 기준)은 50.7% 수준. 즉 은퇴층 자영업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늘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은퇴층의 소득증가율을 고려할 때 향후 이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는 가계대출의 일부 부실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은퇴층이 자영업에 진출할 경우 일부 업종의 낮은 수익성 탓에 부실화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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