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원대동 도시철도 3호선 구간. 횡단보도에서 약 100m 떨어진 인도에서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횡단보도 녹색 신호등을 보고 무단횡단을 시도하고 있었다. 편도 3차로인 한쪽 도로를 가로질러 중앙분리대 화단에 이르자 횡단보도 신호는 적색으로 바뀌었다. 이 여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통행 차량이 없는 틈을 타 반대편 도로를 건너려고 했고 빠르게 달려오던 한 차량이 이를 목격하고 깜짝 놀라 경적을 울렸다.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운전자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가 이곳에서 30분간 지켜본 결과, 자전거와 오토바이 운전자 등을 포함해 10명이 넘는 시민이 무단횡단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도시철도 3호선 교각 밑에 설치된 화단이 무단횡단자들의 '숨 고르기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3호선 구간 곳곳이 사고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운전자들이 교각에서 나오는 무단횡단자들을 발견하기 쉽지 않아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같은 날 서문시장역 부근에서도 무단횡단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남성이 무단횡단을 하려다 마침 정차했다가 출발하려던 한 택시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시장 상인들은 "무단횡단 단속을 해도 그때뿐이다. 주로 동작이 느린 노인들이 무단횡단을 하다 보니 대형사고로 이어질까 조마조마할 때가 잦다"고 말했다. 원대역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윤모(55) 씨는 "크고 작은 사고가 한 달에 한 번씩은 발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무단횡단자들은 교각 기둥 뒤에 가려져 있다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북구청역에서 팔달시장역을 따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박기훈(35) 씨는 "출퇴근 시간에 매일 한 명꼴로 무단횡단자와 마주친다. 몇 차례 아찔한 경험을 한 뒤로는 마치 트라우마가 생긴 것처럼 3호선 구간 주변을 운전할 때는 바짝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기사 이봉근(63) 씨도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면 속도를 줄인다고 해도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안전 펜스라도 설치해 무단횡단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개통할 당시 이 문제를 각 구청과 협의했지만 예산 부족과 미관상 문제로 반대한 구청이 대부분이었다. 현재는 팔달시장역 부근에만 무단횡단을 막고자 150m짜리 밧줄을 설치해놨다"고 말했다.
김정래 한국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교통공학박사는 "통행량이 많은 학교나 버스정류장, 전통시장 부근에는 교각 밑에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운전자들에게 '무단횡단자를 주의하라'는 안내 푯말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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