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 어린 색시

이유정(김천시 김천로)

열여섯에 시집 온 새색시

시집이라고 와 보니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동생도 있었다

신랑은 시집온 지 한 달 만에 군대 가고 말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색시

시어머니는 농사일도 못한단다(장애인)

앞이 캄캄한 새댁

새댁은 품앗이로 농사 지어 시댁 식구들

먹여살려야 했다

오랜만에 첫 휴가 온 군인 신랑에게

넋두리를 털어놓았다

너무 힘들어 친정 가고 싶다고 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제대할 거야

조금만 참으라고 새댁을 꼬셨다

훈련을 받으면서도 색시가 도망갔을까

군사우편을 보내 안심시켰다

제대하면 도와줄 줄 알았는데

친구와 술에 취해 밤 늦게 오고

노름까지 한 제대한 신랑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야반도주하려고

보따리 싸들고 나오려는데

잠귀 밝은 시어머니 발목을 잡았다

나는 너 없이는 못 산다고

하소연하는 시어머니

그냥 마룻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래 내 한 몸 희생하자

고통의 삶 속에 세월은 육십여 년을 살아왔다

요즘은 농사일 갔다 오면 발 씻겨주고

다리 주물러주고

어깨 안마까지 챙겨주는 영감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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