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로 활동하며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이 절도사건입니다. 같은 피의자를 두 번 검거해 두 번 구속시킨 일도 있었습니다. 이 피의자는 수감된 이후 제게 편지를 보내왔는데, 사연이 구구절절했습니다. 다음에 출소하면 정말 새 삶을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형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이 절도사건입니다.
절도사건의 범인을 추적수사하면서 같은 피의자를 두 번 검거, 두 번 구속한 사건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그 범인은 우연은 아닌 것 같은데 저에게 두 번 검거되어 두 번 구속되었습니다. 범인은 무척이나 저를 원망했을 것입니다.
처음 이 사람을 수사하게 된 것은 2009년 9월 24일 오전 1시 40분쯤 대구 북구 칠성동 소재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스타렉스 차량의 경보기가 울린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였습니다. 이때 차량의 운전석 차 문은 열려 있었으며 범인은 벌써 도망가고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현장 감식을 통해 범인의 지문을 채취하였고 범인의 인적사항이 확보돼 주거지를 급습하여 검거했습니다. 주거지 내 방 안에는 다른 사람의 신분증과 여러 개의 지갑이 놓여 있었고 모두 주차된 차량에서 훔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의 범행수법은 주차된 차량 문을 열고 금품을 훔치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구속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절도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형기가 종료된 2012년 11월쯤 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여 북구 산격동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도 그는 절도 습성을 버리지 못한 나머지 2013년 3월 10일 오후 9시 35분쯤 산격동 소재 주택가 골목에 세워져 있던 1t 트럭에 실려 있는 물건을 훔쳐 가던 중 피해자에게 붙잡혔습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그를 형사 당직 근무 중에 다시 한 번 사건 담당자로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피의자는 대현동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목사님이 경찰서에 찾아와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 같으니 용서해 달라고 부탁도 했습니다. 다행히 피해액수가 그리 크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가 되어 결국 불구속으로 석방되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다시는 이런 일로 형사님을 만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약속을 하였고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절도 습성을 도저히 버릴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같은 해 6월 5일 오후 11시 50분쯤 북구 침산동 골목에서 차량 문을 열려는 사람이 있다는 112신고를 받았습니다. 현장 즉응 근무 중이었던 저는 신속히 출동하여 범행 현장 골목에 숨어 있던 이 사람을 또 발견하면서 검거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이 사람은 범인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화가 너무 많이 났었고 도저히 용서가 안 될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시 저는 현행범이었던 그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아저씨 도대체 왜 이럽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상태로 "형사님, 미안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더군요.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였지만 범행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 했고, 다시 '누범 기간 중의 범행'으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현재 이 사람은 징역 3년의 선고를 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저와 각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는지 두 차례에 걸쳐 교도소에서 편지를 적어 보내온 것을 받았습니다. 편지의 내용을 읽어 보니 이 사람은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아 고아원에서 자랐답니다. 15세 때 고아원에서 뛰쳐나오고 나서, 부모님을 찾아다니다 가출한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지금까지 계속 이런 생활해 왔으며 30년 동안 교도소에서 생활하였다고 합니다.
지금 교도소에서 힘든 생활을 하면서 지난 세월이 아주 부끄럽게 느껴지며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대가를 받으면서 오히려 담당형사에 대한 원망보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가치를 얻었고 꿈과 희망이 된다며 다시는 이런 삶을 살지 않고 새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의 글을 보내 왔습니다. 그 글들을 보면서 저 또한 마음이 숙연해지곤 합니다.
비록 이 사람을 형사와 범인 관계로 만났지만 50년 동안의 잘못된 인생을 모두 청산하고 남은 수감 생활 동안 잘 교화되어 이번에 출소하면 깨끗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믿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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