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란 어떤 대상을 두고 그것의 아름다움과 추함, 선악에 대해 분석해 가치를 논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통은 잘된 일을 칭찬하는 것보다 잘못된 일을 들춰내는 내용이 마음에 더 예리하게 파고들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비평은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사실 이 단어 자체에서는 어떤 분별도 두지 않는 중립적 단어다.
대구는 서울을 제외하고 문화적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명실상부한 문화도시이지만, 우리에게 빠져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비평의 부재다. 수많은 작품 활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가치를 다시 되짚어보고 비평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해 10월 매일신문사는 각계 20명으로 구성된 매일신문공연평가위원단을 구성하고 A'B'C'D씨 등 약간의 익명성을 가미해, 지역에서 기획된 공연에 대한 비평을 싣기 시작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당장 일부에서는 항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이 뭘 아느냐? 왜 함부로 비판을 가하느냐, 현실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이냐"는 등의 볼멘소리도 높았다. 아무리 선의라 할지라도 쓴소리는 누구나 듣기 싫은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는 사실이다. 비평을 통해 잘못된 점이나 부족한 점이 지적된다 하더라도 비난과는 분명 다른 특성이 있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잘된 점과 그릇된 점을 평가해는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자는 것이 비평의 본래 취지다. 그래서 늘 매일신문공연평가위원단에게는 "발전지향적 관점에서 애정을 갖고 봐 달라"는 요청이 덧붙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15년 문예연감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모두 1천486건의 예술 활동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중 제대로 된 피드백을 통해 예술 활동의 성과와 오점을 따져본 활동은 얼마나 될까?
일회성에 그치는 공연이나 전시 등은 행사를 올리는데 급급할 뿐 되돌아보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고, 문화예술 분야 행사 중 가장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축제의 경우만 해도 제대로 된 평가는 이뤄지지 않는다. 수백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평가보고서가 작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장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구시가 '가장 성공적인 축제'라고 자랑하는 치맥페스티벌의 경우 SNS를 통해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는데, 이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대구시는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한 채 80만 명이 몰렸다는 등 행사를 키우기에만 집착할 뿐이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9번째 행사를 치러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대작과 해외 공연팀을 불러들여 판을 키우고 관객 점유율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자랑하지만, 왜 오페라'뮤지컬 축제가 개최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에서부터,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현재의 패턴에 대해 어떤 점이 잘못됐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후 토론의 장은 좀처럼 마련되지 않는다.
수능일을 앞두고 입시 전문가들이 늘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 바로 '오답 노트를 꼼꼼히 점검하라'는 것이다. 문제 하나, 내용 하나를 더 보는 것보다 지금까지 어떤 점에서 실수가 있었는지를 잊지 말고 되새겨 놓아야 한 걸음 더 높은 점수에 다가설 수 있다. 하지만 대구 문화계는 지금 어느 누구도 '오답 노트'를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문화예술계 대부분의 행사들은 시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데 대한 사후 평가와 반성이 분명 뒤따라야 한 발 더 높은 도약을 꿈꿀 수 있지 않겠는가? 제발, 열린 공간에서 툭 터 놓고 함께 공부해 보는 시간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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