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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맛에 단골] '연극을 좋아하는 청춘남녀' 대명시장 '하양죽집'

연극을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대명시장의 명품 죽집
연극을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대명시장의 명품 죽집 '하양죽집'에서 허기진 배를 다양한 죽으로 채웠다. 이들 3인은 호박죽'땅콩죽'메밀묵을 실컷 먹었다.
추천 메뉴인
추천 메뉴인 '메밀묵'. 메밀을 직접 갈아서 만든 제로 칼로리 웰빙요리다. 주인 조영상 씨

대구 남구 대명시장에 명품 죽집이 3대째 자리하고 있다. 고(故) 김석이 할머니-이태인 어머니-조영상 아들로 이어지고 있다. 시내에서 돈가스 전문점을 하던 아들 조 씨는 2010년부터 이 죽집을 본격적으로 경영하며, 그 맛과 영양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고 김석이 할머니가 대명시장 안쪽 1칸짜리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3대째 이어져 오면서, 이제는 건물을 사서 지었을 정도로 번창했다. 죽집의 콘셉트는 간결했다. 요리사 출신은 아니지만 정성과 기를 불어넣어 최고의 웰빙 영양죽을 손님들에게 선사하는 것. 신선한 죽 재료를 사오면, 그때부터는 모든 요리 과정에 주인의 손길이 필요하다. 죽을 끓이는 대형 솥은 위생상 2번 이상 깨끗하게 빡빡 닦아내고, 땅콩을 빻거나 메밀을 가는 작업 등 막노동에 가까운 작업이지만 조 씨는 이 모든 과정을 운동 삼아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했다.

◆연극을 좋아하는 청춘남녀 3인

대명공연문화거리에서 연극 공연을 준비하다 허기진 배를 이끌고 온 3인의 청춘남녀. 이들은 이 죽집에서 영양으로 가득 찬 메밀묵과 호박'땅콩죽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한결같이 "이렇게 부드럽고, 담백한 죽은 어딜 가도 먹기 어렵다"고 좋아했다.

조정웅(31'청년극단 '마인' 대표) 씨는 "땅콩 영양죽은 너무 고소해서 입에 살살 녹을 뿐 아니라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며, 호박죽은 죽 특유의 풀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담백한 맛"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선유(22'연극배우 지망생) 씨는 "할머니가 해준 호박죽 이후 최고의 죽"이라며 "이 시대에 맛보기 힘든 자연의 맛"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정인(19'연극배우 지망생) 씨는 "땅콩을 잘 빻아서 그런지 식감이 너무 좋고,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고 했다.

◆환자들을 치유하는 영양죽

밥 먹을 힘이 없거나, 기력이 쇠했을 때 먹는 음식이 죽이다. 아픈 사람들에게 죽만큼 좋은 음식이 없다. 죽조차 먹을 수 없을 만큼 힘들 때,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는 것이 쌀이나 좁쌀을 갈아서 먹는 미음이다. 죽이나 미음은 아픈 환자들을 치유하는 영양식이자 속을 편하게 해주는 웰빙식사인 셈이다.

이 식당에는 예전부터 환자들이 많이 찾았다.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집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죽 이상의 맛과 영양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3대째 이어져 내려온 주인의 정성과 노력이 이 죽집을 대명시장의 명물로 만들어준 요인이다. 방부제는 아예 쓰지 않으며, 그날 팔 다양한 죽의 양까지 주인이 정한다.

더불어 주인 조영상 씨는 메르스로 인해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대명시장에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주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하양죽집에 손님이 많이 찾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메르스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시장 전체 경기가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죽집도 들를 겸 대명시장을 많이들 찾아주세요."

◆국산 재료를 사용한 찹쌀수제비

주인 조 씨는 추천요리로 찹쌀수제비를 꼽았다. 순수 국산 들깨만을 사용한 웰빙 한 끼 식사다. 가격은 이 죽집에서 메밀묵과 함께 제일 비싼 3천500원. 직접 빚은 새알의 개수까지 딱 맞춰서 1인분이 나간다.

새알과 함께 북어와 미역이 걸쭉한 들깨 국물과 함께 구수한 맛을 자아낸다. 식사량이 많은 손님은 찹쌀수제비와 함께 죽 종류 1개를 더 시키면 딱 맞다. 그래 봐야 6천500원으로 된장찌개 한 그릇 값이다.

메밀묵도 이 죽집이 자랑하는 메뉴다. 탱탱하고 싱싱한 묵에다 오이, 김, 묵은 김치, 부추, 양송이버섯을 넣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거기다 결정판은 멸치와 청양고추를 넣고 두 번을 달여서 만든 '맛국물'이다. 조 씨는 "이 죽집을 하면서 손님들에게 맛과 영양을 선물한다고 생각하니, 큰 보람을 느낀다"며 "제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고등학교 2학년인 제 아들이 땅콩을 빻는 일을 도와준다. 앞으로 4대째 명품 죽집이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메인 요리=찹쌀수제비'메밀묵 3천500원, 호박죽'녹두죽'영양죽'팥죽 3천원

▷영업시간=오전 11시~오후 8시

▷규모=30여 석

▷주소 및 문의=대구시 남구 명덕로 12길 7-1번지, 053)651-9173.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사진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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