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약 김밥·마약 빵…음식 이름 앞 '마약', 중독된 청소년들

"마약 들었어?" 아들 질문에 부모들 난감 "빗나간 상술"

대구시내 일부 음식점과 카페들이
대구시내 일부 음식점과 카페들이 '마약' 이란 용어를 남용하면서 대구시약사회를 비롯한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경각심 대신 친숙한 이미지로 변질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26일 오후 수성구 한 카페 앞 인도에서 마약 김밥과 마약 옥수수 글자가 씌어진 에어풍선 간판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마약 김밥, 마약 빵, 마약 옥수수, 마약 떡볶이, 마약 돈가스, 마약 파스타 등 '마약'이란 단어가 들어간 메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6일 대구 수성구 한 카페 앞 인도에 세워진 에어풍선 간판의 '마약 김밥, 마약 옥수수 미친 중독'이란 자막 표시가 눈에 확 들어왔다. 얼마 전 아홉 살짜리 아들과 함께 이 카페를 찾은 김성희(37'범어동) 씨는 "엄마, 김밥 속에 진짜 마약이 들어간 거 맞아?"라는 아이의 황당한 질문에 "붕어빵에 붕어 없잖아"라는 말로 대답하며 어물쩍 넘어갔다. 하지만, 대다수의 부모들은 어른들의 빗나간 상술에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마약에 대한 호기심과 친근감 등을 가지게 될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

대구시약사회와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는 지난 21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마약 용어 남용 방지를 위한 성명서'를 채택하며 사회 전반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마약'이란 단어 사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재규 본부장은 "마약이란 필로폰, 코카인, 모르핀 등으로, 계속 사용하면 중독성이 생기게 하는 물질"이라며 "마약을 하게 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파멸에 이르게 돼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마약의 불법성과 중독자의 비참한 최후를 알게 된다면 '마약'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해당 업주들은 실제로 마약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 당국도 마약을 제조하거나 유통, 판매, 소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현행법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도 명확한 법 규정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단속은 고사하고 계도하는 곳도 거의 없다. 전은숙 대구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마약이라는 표현 자체가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며 "식품위생법(제13조 '허위표시 등의 금지') 위반으로 관련 처분 규정이 이른 시일 내에 제정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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