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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어느 일본 문학가와 대구

일본의 유명한 문학가 중 다카하마 교시(1874~1959)라는 작가가 있다. 일본의 정형시를 가리키는 하이쿠(俳句)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그는 두 차례에 걸쳐 조선을 여행했다. 첫 번째는 1910년 철도원 촉탁을 받은 뒤 이듬해인 1911년 4월부터 5월에 한 여행이고, 두 번째는 1924년 9월 말에서 11월에 거쳐 약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조선과 만주를 돌아본 여행이었다. 이 두 차례의 여행 코스에는 대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첫 번째 여행은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쓴 일본인 최초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조선'(1911)이라는 작품으로 결실을 맺고 있는데,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아내와 함께 시모노세키에서 배를 타고 부산을 거쳐 대구를 방문하는 얘기가 나온다. 대구에 정착해 사는 아내의 친척집과 사과 과수원을 하는 지인의 집을 방문하는 얘기 등을 통해 한일강제병탄 직후의 대구 풍경과 당시 대구로 이주해 살던 일본인들 일상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두 번째 대구 방문은 1924년 10월 5~7일에 이뤄졌는데 그의 연보에 적힌 기록에 따르면 당시 조선민보사의 사장이었던 가와이 아사오가 그의 대구 체재에 많은 도움을 준 듯하다. 가와이 아사오는 근대시기 대구지역사 연구에 귀중한 참고자료가 되고 있는 '대구물어'(1930)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두 번째 여행의 특징을 꼽자면 도착지마다 반드시 하이쿠를 짓는 모임을 가졌다는 점이다. 대구에서도 도착 당일 조선민보사의 후원을 얻어 재향군인회 집회소에서 하이쿠를 짓는 모임과 강의를 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경주로 가 무열왕릉을 보고 경주고적보존회에 들렀다가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고 해 질 녘에 대구로 돌아와서는 오오하시 소타로라는 사람의 초대를 받아 용천원이라는 곳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그가 2박 3일 동안 머문 가와이 아사오의 집이나 재향군인회 집회소의 위치는 당시의 대구부지적도와 지도, 폐쇄토지대장 열람 등을 통해 확인해 두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가와이 아사오의 저택은 지금의 시청 주차장이 있는 동인2가 근처에 있었고, 재향군인회 집회소는 지금의 근대역사박물관 출입문 쪽인 경상감영공원 안에 있었다. 용천원이라는 곳에 대한 정보는 아직 입수를 못 했지만 이런 다카하마 교시의 대구에서의 행적을 발굴하고 작게나마 그에 대한 표식을 만들어 두면 일본문학 애호가들이나 연구자들의 문학 산책 코스로서 그들의 대구 방문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관광자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카하마 교시는 일본의 대문호인 나쓰메 소세키를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한 절친한 벗이자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명이 넘는 애호가를 가지고 있다는 하이쿠 문학의 거장이다.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이런 인물을 우리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보는 것도 새로운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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